김태경 ‘이론과 실천’ 사장
펴낸 이와 함께 / 김태경 ‘이론과 실천’ 사장
<또라이 제로 조직>은 출판사 이론과실천의 경제·경영서 브랜드인 ‘이실MBA’의 첫 책이다. 사회과학 서적을 내던 출판사에서 이런 희한한 제목의 책을 내다니. 김태경(52·사진) 이론과실천 사장은 “제목이 튀어서 원서를 잡았는데, 내용을 보니까 매우 윤리적인 것이어서 출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비속어로 시작해서 윤리학으로 끝나는 책의 흐름이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론과실천이 대중적인 책을 내는 것은 어딘지 어색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론과실천은 1980년대 ‘좌파’ 사회과학 출판사의 대표급이었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 독일어판 전 3권을 완역해 펴낸 곳도 이 출판사였다. 이론과실천은 최근에도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 <경제학-철학 수고>(강유원 옮김)를 출간했다. 출판사의 이름이나 역사만 보면 ‘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출판사와 사장을 떼 놓고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태경 사장은 자신이 책 팔아서 돈 버는 데 꽤 익숙한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에 친구출판사란 브랜드로 대중소설가 이원호씨의 <밤의 대통령>을 펴내 150만 부나 팔아본 경험이 있고, 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같은 출판사에서 펴내 적잖은 돈을 만졌다. 그러나 행운은 불행과 함께 온다고 했던가. “보증을 잘못 선” 바람에 10년 가까이 빚쟁이로 쫓기는 고통도 겪었다.
궁지에 빠져 한동안 출판 일을 멀리하기도 했지만, ‘책’은 그에게 일종의 운명이다. 서울대 미학과 재학생이던 1976년부터 외국 좌파 서적 영인본을 파는 ‘책장사’를 했고, 70년대 말에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민중문화사란 서점을 내 경영하기도 했다. “리영희·백낙청·백기완 같은 분들이 단골이었다.” 전두환 신군부가 서점을 박살낸 뒤로 ‘인동’·‘지청사’ 같은 출판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책과 맺은 인연이 30년도 더 된 셈이다.
그는 요즘 새 기운을 내고 있다. “삶의 목표가 섰기 때문이다.” 역사와 철학을 가르치는 자그마한 인문학 전문 대학을 만드는 것이 그가 세운 목표다. “인간의 모든 인식 능력 중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역사와 철학뿐이다. 역사는 인류가 살아온 과거를 알려주고 철학은 인류가 살아갈 미래를 밝혀준다.” 대학 설립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그는 예순이 될 때까지 밑천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실MBA’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경영서를 펴낸 것은 그 목적을 향해 내딛은 발걸음 하나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