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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의 ‘옆집 할아버지’를 소개해드릴까요

등록 2007-05-18 21:23

 <옆집 할아버지 관찰일기>알리스 뒤마 글·마르틴 라퐁 그림·양진희 옮김.교학사 펴냄·9,000원
<옆집 할아버지 관찰일기>알리스 뒤마 글·마르틴 라퐁 그림·양진희 옮김.교학사 펴냄·9,000원
읽어보아요 / <옆집 할아버지 관찰일기>
알리스 뒤마 글·마르틴 라퐁 그림·양진희 옮김.교학사 펴냄·9,000원

<옆집 할아버지 관찰일기>는 비행기에서 내려본 듯 세상의 한 부분으로 시작된다. 그 세상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집과 더 작은 자동차들, 산, 나무, 다리, 벌판… 그리고 책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 점점 크고 또렷이 보이고, 마침내 한 할아버지 앞에 비행기가 내려앉는다. 그리고 주인공 ‘나’의 일기가 시작된다.

초등학교 여학생인 나는 처음에는 무뚝뚝한 옆집 할아버지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내가 나쁜 아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당연한 일 아닌가? 친구도 많고, 숙제도 해야 되고, 신나게 놀 일도 많은데, 친절해 보이지 않는 노인을 내가 왜 좋아해? 그리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들하고는 얘기가 안 통할 것 같아. 노인들은 갓난아기 같잖아. 걸음도 느리게 걷고, 말도 빨리 못하고, 얼굴도 쭈글쭈글하고, 이빨도 없잖아. 우리들끼리 통하는 재미난 이야기도 모르고, 최신 유행가도 알지 못하잖아. 그런데, 어른들 말처럼 무슨 운명인지, 내 공이 할아버지 집으로 넘어간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정말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나중에 깨닫게 되었지만, 공을 찾으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나의 마음도 할아버지에게 한 발 옮겨 간 것이다. 그날부터 나는 혼자 쓸쓸하게 사는 할아버지를 탐정처럼 관찰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도 어렸을 때에는 음식을 가려먹어서 할아버지의 엄마한테 혼났을지도 몰라. 할아버지도 씩씩한 젊은이 시절에 예쁜 여자랑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을 거야. 아들도 낳고, 딸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겠지. 우리 가족처럼!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결혼해서 다 떠났을 거야. 그래서 할아버지는 너무 너무 외로워서 잘 웃지도 않는 거야. 내 공이 할아버지네 집으로 넘어가도 자식들 생각이 나서, 나를 야단치지 않은 거야. 그럼… 우리 엄마와 아버지도 할아버지 가족처럼 되겠네. 나도 결혼해서 언젠가는 집을 떠나겠네. 그럼 우리 엄마나 아버지도? 어느새 나의 마음과 발걸음이 할아버지의 앞마당에서 거실까지 옮겨가고 있을 즈음에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일기장은 급하게 넘겨진다.

우리들은 ‘5월’만 되면 악박감에 시달리듯 ‘가족사랑’ ‘노인공경’ ‘어린이최고’를 외친다. 그리고 모두들 등을 돌리고 제 갈 길로 따로따로 간다. 그들에게 옆집 할아버지를 소개해주고 싶다. ‘할아버지 집에 같이 놀러가요.’ 만4~6살. 노경실/동화 작가 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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