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한 입시설명회에 모인 청중들.
대화문화아카데미 교육 대화모임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은 일제 강점기의 경험과 전통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 이후 급격히 퍼진 차별과 비교의 문화에 의해 심화되고 있다.”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지극한 열기는 해방 이후 우리 사회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도가 심해지면서 이제는 교육이 고통의 근원이 되고 있다. 자녀 영어 교육을 위해 ‘가족의 파괴’를 감수하고, 학원비 마련을 위해 엄마가 노래방 도우미로 나서는 사례도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는 30일 ‘한국 교육문제의 문화적 뿌리’를 주제로 대화모임을 열어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문제에 대한 역사적, 사회심리적 접근을 시도했다. 정진웅 덕성여대 교수(문화인류학)는 발제문에서 “과도한 교육열은 일류대학을 향한 교육주체들의 과도한 열망에 기인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맞닿아 있는 문화적 가치나 전통은 조선시대의 유교문화가 아니라 봉건적 신분관계의 해체와 함께 교육구조와 학력이 직업의 위계구조와 높은 상관성을 보이게 된 일제 강점기의 경험과 전통이 선별적으로 채택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일제 강점기에 현 교육의 특징인 도구적 성격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조선 후기에 향학은 비어 있고 성균관은 생원들을 모으기 급급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조선 시대에는 산발적인 교육열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 차원의 ‘교육문제’로 이어지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교육열은 시간과 함께 고조되어 왔지만, 조선시대 숭문주의 전통은 지속적으로 그 힘을 잃어왔다”며 따라서 현 교육적 상황을 한 세기 전의 유교적 전통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 교육문제의 뿌리로 종종 무한경쟁 문화의 급격한 확산을 거론하지만 이는 경쟁에서 낙오한 결과가 생존에 더 위협적이었던 1960~1970년대에 비해 현재의 교육열과 교육문제가 더 심각하고 파행적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그는 우선 한국 사회의 차별과 비교의 문화에 주목했다. 1990년을 즈음해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적 시선과 구별짓기가 더욱더 조밀하게 세분화된 영역으로 확산 강화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의 거주지역 또는 나이와 외모에 따른 차별이 단적인 예이다.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시선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강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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