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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판단실수 줄이기? 컴퓨터게임을 해봐

등록 2007-06-01 19:37

<선택의 논리학>
<선택의 논리학>
‘현재의 피조물’ 인간은 비효율적 사고
불확실·복잡 사안 잘못된 결정 되풀이
가상게임 통해 판단감각 기를 수 있어
<선택의 논리학>
디트리히 되르너 지음·이덕임 옮김/프로네시스·1만5000원

“우리가 어제 한 일은 과거의 모호함 속에 가려졌고, 우리가 내일 하려는 일은 어둠 속에 묻혀 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적 흐름 속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규정을 부인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이런 상식은 인간의 구체적인 판단 과정에서 여지없이 배반당한다. 강의실에서 현재는 따로 존재할 수 없다고 되뇌면서도 실제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에선 이런 요점이 실종되어 버린다는 게 이 책의 가르침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인간이 현재의 피조물”이라는 자신의 판단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물리학 박사와 경제학자가 서아프리카의 기아에 허덕이는 모로족 개발계획에 대한 컴퓨터 가상 시나리오 게임을 했다. 두 전문가는 지혜를 모아 열심히 판단하고 결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재앙이었다. 모로족 땅에 있는 샘이 말라버렸다. 관개시설 개선을 위해 깊은 샘을 팠는 데, 이게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지하수를 더 빨리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눈앞에 있는 문제만 해결하려 드는 인간 인식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경우는 어떤가. 미확인 비행물체(UFO) 연구가들이 수집한 외계인의 모습은 지구인들과 아주 흡사하다. 다르다고 해야 기껏 코가 코끼리처럼 길다든가, 눈과 귀가 네 개씩 달린 정도의 차이다.

인간은 현재의 연속선상에서 미래를 예측한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서로 연관이 있는 요소들을 바탕으로 ‘구조적 추정’을 한다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초창기 독일 바이에른 기병대의 비극도 이런 예에 속한다. 기병이 총과 대포에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한 채, 기병이라는 현재의 구조적 요소를 바탕으로 잘못된 예측을 한 결과 수만명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불확실하고 복잡한 사안을 다룰 때 드러나는 비효율적인 사고 경향을 결정하는 심리적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의 답은 △인간 사고의 느림 △한번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의 한계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는 성향 △그 순간에 압력을 가하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 등이다.

그렇다면 이런 결함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게 없다면 인간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환상을 유지할 것이다. 아울러 인간은 이런 환상을 지탱하기 위한 방편으로 돌발적 행동에 계속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 이런 교정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실험 결과, 행동이 적극적일수록 모아놓은 정보의 양은 적었다.
실험 결과, 행동이 적극적일수록 모아놓은 정보의 양은 적었다.
그래서 저자의 근원적 처방은 컴퓨터 가상 세계로 향한다. 가상 시나리오 게임에서 배우라는 것이다. 어떤 조처의 실행과 그 결과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는 문제나, 우리가 내린 결정의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실제 삶 속에서 구하기는 힘들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시간과 공간이 우리의 실수를 가려서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가상 게임의 최대 장점은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점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소한 실수가 낳은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실수는 진정한 인식에 다다르기 위해 반드시 수반되는 과정이지만 실제 세계에서 개인들은 이런 위기를 쉽게 접할 수 없다. 우리를 같은 위기에 계속 빠뜨림으로써 이런 상황을 파악하는 감각을 기르도록 해준다. 저자는 “가상 게임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경박한 생각일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런 마무리에, 가상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인간의 판단력과 결정이 작용할텐데라고 머리를 갸웃거리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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