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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피조물 전락” “발전 위한 성장통”

등록 2007-06-04 19:29수정 2007-06-04 22:17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학술대토론회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 학술대토론회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6월항쟁 20년 학술대토론회’서 시민운동 위기 논쟁
6월 항쟁 이후 1990년대는 시민운동의 르네상스기였다. 개혁과 민주화 담론으로 무장한 시민운동단체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민운동 위기론이 대두했다. 그렇다면 현 시민운동의 한계와 과제는 무엇인가?

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공동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 학술대토론회’의 ‘민주화·세계화 이후 한국 시민운동의 전개와 평가’ 세션(사회 김호기 연세대 교수)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토론 참가자들은 시민운동이 현재 위기인가라는 ‘상황 인식’을 놓고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배성인 한신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노무현 정권에서 시민운동은 신자유주의 ‘합리와 효율’의 피조물로 전락했다며 시민운동에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 시민운동의 위기를 신자유주의적 지배질서에 협조한 결과라고 단언했다. 배 교수는 시민운동의 과제로 △공공성에 대한 인식 제고 △지역운동 주목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라는 원칙에 충실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도 ‘현재의’ 시민운동에 비판적이었다. 그는 ‘위기 인식’을 전제하며 배경으로 △시민단체가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시민사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사회변혁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안은 배 교수의 그것과 달랐다. 박 총장은 “앞으로 시민운동은 주장보다는 정보를 드러내어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직접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위기론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시민운동이 부동산이나 조세, 환경정의 등을 추구하면서 시민사회 내부의 저항과 맞닥뜨리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이는 시민운동의 질적인 발전을 반증한다고 반박했다. 즉 모두를 위한 운동에서, 사회경제적 계급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운동으로 변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 경제적 구조개혁에 대한 시민운동 진영의 대응능력 부재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민(民)의 참여를 통한 실질적 민주화를 위해서 시민운동은 오히려 더욱 정치화·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만 정유경 기자 sungman@hani.co.kr


“민주화 후퇴, 시장에 경제권력 넘긴 참여정부 탓”
6월 항쟁 이후 실질 민주주의 진전여부 토론

‘대토론회’ 첫날 각 분야 연구자를 중심으로 시민·민중 운동의 과제 등 네 가지 주제를 짚었다. 이어 ‘한국 민주주의 방향과 대안’을 놓고 종합토론이 이뤄졌는데, 여기서는 정치인과 학자, 시민운동가들이 어우러져 ‘6월항쟁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했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실질적 민주화란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의미한다”며 “1987년 이후 실질적 민주화가 후퇴했으며 가장 큰 책임은 노무현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가 ‘사회경제적 권력’을 ‘시장’에 넘겨 사회적 양극화를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도 “민주화의 주요 잣대는 시장통제”라며 심 의원 편에 섰다. 그는 또 “법원은 브로커”에 불과한데도, 국가의 중요한 결정이 법원에서 이뤄지는 것도 후퇴의 근거로 해석했다.

이에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인혁당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재심에 이른 것을 상기시키며, “실질적 민주주의는 ‘밥의 문제’만 해당되는지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금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며 중간쯤에 섰다. 남윤 대표에 따르면, 부문운동의 일정한 성과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 욕구 분출 등이 ‘가능성’의 영역이다. 다만 시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부족하거나, 최근 신자유주의적 경향이 민주화 담론을 대체한 것은 위기 요인이라고 남윤 대표는 지적했다.

민주화 진전을 위한 과제도 달랐다. 심상정 의원은 “시민운동은 그동안 탈민중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민주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유기홍 의원은 “왜 우리는 갈라져 있는데 뉴라이트 세력은 힘을 얻고 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민주화 과제는 보수반동을 불러올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윤 대표는 “앞으로 민주주의는 누구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표현하는 민주주의”라며 “풀뿌리적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미얀마, 캄보디아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리의 민주화 성취’를 수출하는 국제연대를 제안했다. 강성만 정유경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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