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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민협력·문명교류가 동아시아공동체 ‘열쇠’

등록 2007-06-13 17:40수정 2007-06-13 19:08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가 지난 1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를 마친 뒤 선언문 서명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중·일을 한데 아우르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성은 김대중 정부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이 회원국 구성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지금 정부 차원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세부/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오른쪽)가 지난 1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를 마친 뒤 선언문 서명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중·일을 한데 아우르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성은 김대중 정부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이 회원국 구성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지금 정부 차원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세부/연합뉴스
이리에 하버드대 교수, 19~21일 국제포럼서 논문
시민사회간 신뢰 쌓기·공유된 문명이 ‘선결조건’

올해로 유럽연합이 50년을 맞았다. 17세기 이래 유럽은 전쟁과 대립의 역사를 살아왔다. 독일과 프랑스·폴란드, 그리고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역사적 적대감은 한·일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지역공동체를 꾸렸고, 5년 전부터 단일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역내 시장은 커졌고, 국제정치에서도 단결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이리에 아키라 하버드대 교수(미국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오는 19~21일 대강당에서 여는 ‘2007 국제포럼-문명과 평화’의 ‘동아시아에서의 진실과 화해: 동아시아 공동체의 역사적 전망’ 분과에서 발표할 논문 ‘동아시아 사회의 탐색’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탄생의 토대를 살폈다.

그는 우선 △세계화된 경제의 계속적인 발전과 △중국과 한국, 일본 정부가 유럽의 예처럼 그들의 정치적인 차이를 제쳐두고 함께 협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앞세웠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두 가지 요소를 더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사회적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적이거나 문명적이다.”

시민사회 측면=이리에 교수는 지역시민사회의 발전이 개별 국가들의 경제 합병이나 정치 통합에서 필수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통합 과정의 경제 정치적 긴장이나 위기에 대한 완충 구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아시아 사회가 이주나 국제결혼, 다국적 기업, 국제적인 비정부기구 등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에 주목했다. 이런 상호연계는 “실질적으로든 잠재적으로든 국제시민사회 혹은 국가를 넘어서는 공동체를 발전시킨다.” 이런 지역시민사회는 △가능한 한 많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며 △그들의 생각을 언제라도 교환할 수 있는 국제적 연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한국과 중국, 일본인들이 부분적으로라도 공유할 수 있는 전망과 가치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전망과 가치의 실체는? 이리에 교수는 △사고의 개방성 △지역공동체 전망에 대한 의지 △역사공유 의식 등으로 이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신뢰와 정직의 공동체를 확립하기 위해선 사고의 자유와 개방성이 필수적이다. 또 자국의 이익에 반해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선택하고자 할 때는 자국사를 뛰어넘는 과거 이해와 미래 계획이 극히 중요하다. 그는 “인류 역사는 개인과 집단, 국가들 사이의 상호연결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인류의 과거는 국가들과 국민들을 함께 묶는 초국가적 경험이 된다”고 지적했다.


문명적 차원의 요건=그는 또 19세기 유럽이 그들만의 독자적 문명을 일구면서 공동체의 기반을 쌓았음을 지적하며 동아시아에서도 보편문명이 나타날 때 공동체가 가시화될 것임을 강조했다.

“19세기 유럽의 국제법 학자들은 문명을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국가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규칙으로 정의했다.” 그가 지역 공동체 회원국들이 문명에 의해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19세기 유럽에서 문명은 결사 혹은 사상 교류의 자유를 포함했으며, 또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거나 일할 권리와 같은 것으로 해석됐다.

지역공동체는 각기 다른 문명이 병렬된 것이 아니라 어떤 공유된 문명 위에 세워져야 하고 문명간 교류를 통해 다른 지역 공동체와도 연결되어야 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지역공동체의) 설립은 야만성과 불관용, 배타성,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고 인민과 사회 그리고 문화들 사이의 공통된 연계를 강화시키는 힘인 보편문명의 출현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교과서 정책 수정 필요=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같은 세션의 발표문 ‘자국사와 지역사의 소통: 동아시아인의 역사서술의 성찰’에서 우리 정부가 선택과목으로 개설할 방침을 밝힌 동아시아사가 자칫 수험용 교과목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검인정 교과서 정책 아래서는 서술양식상의 제약으로 시대사 중심의 통사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 대안으로 △자유발행제 전환 등 교과서 정책의 수정 △제도 밖에서 대안적 교과서의 자유로운 서술 노력 등을 제시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은 이밖에 △9·11 이후의 문명간 대화: 지식과 권력 △책과 지식의 유통 △아시아의 전통과 새로운 인문정신 △나누는 삶: 빈곤으로부터의 평화 △체육을 위한 대화 등 모두 6개의 분과별 토론 마당을 마련했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체결을 주도해 1998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이비드 트림블 영국 상원의원이 기조강연에 나선다. (031)708-5309.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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