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미스터&미세스…’로 무한대 개념을
태권브이 얼굴로 키·몸무게 추론
발랄어투·상상력으로 편견 뒤집어
태권브이 얼굴로 키·몸무게 추론
발랄어투·상상력으로 편견 뒤집어
<수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이재진 지음·오혜정 윤장로 배수경 감수/푸른숲·1만1000원
‘수학을 못해도 사는 데 지장이 전혀 없는데, 수학 공부를 꼭 이렇게 빡세게 해야 하나.’ 학원에서 8년 넘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 누구보다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지은이 이재진씨는 “그런 그들을 바라볼 때마다 안쓰러움이 파도쳐 와서 견딜 수가 없어서” 고민에 빠졌다. “하루가 다르게 피골이 상접해 가던” 그의 머리를 불현듯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자신의 전작인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였다. “영화를 통해서 수학만이 가진 색다른 ‘재미’를 끄집어 낼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랴.”
하지만 둘 사이의 괴리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커서 시작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이 한 몸 희생하여 수백만 청소년들의 환희를 가져올 수 있다면”의 각오로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그는 12편의 영화를 고른다.
첫 작품은 30여 년만에 복원된 토종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브이>. 얼굴과 전신, 두 장면을 근거로 태권 브이의 키와 몸무게를 추론해내는 비례식 ‘사람 이마 높이:사람 키=태권 브이 이마 높이:태권 브이 키’를 설명한다. 이 대목에서 지은이는 “작은 키(1.73m)”를 공개하는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다이하드 3>에서는 악당 사이먼이 친절하게도 주인공 맥클레인 형사에게 ‘비례방정식’ 문제를 내주고 있다. ‘5갤런짜리 물통과 3갤런짜리 물통을 사용해서 5분 안에 저울에 정확히 4갤런의 물을 올려놓아라. 안 그러면 시한폭탄이 터진다.’
<그림 형제>가 지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수학적으로 해부해보니 “남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0%”라고 딴지를 건다. 집까지 걸리는 시간과 거리 등을 근거로 필요한 조약돌과 빵의 부피를 따져보니 너무 엄청난 양이어서 도저히 어린 아이들이 계모 몰래 들고 다닐 수가 없다나 뭐라나.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안제리나 졸리는 무한대 개념을, <아이큐>에서 매그 라이언은 제논의 역설을 가르쳐주고, <뷰티풀 마인드>에서는 러셀 크로가 내시의 균형이론으로 북핵 사태를 설명해주고… 이런 식이면 수학으로 딴지를 걸 수 없는 영화가 어디 있을까? 그러니 지은이도 “사실 둘은 찰떡궁합”이었다고 수정한다. 한 술 더 떠 “책을 다 읽고 난 후, 세상이 온통 수학적으로 보이더라도 너무 당황하기 말라”고 장담한다.
그 자신감은 중·고등학교의 관련 단원들과 서울대 연세대 건국대 고려대 중앙대 등의 입학 시험에 나온 문제들을 꼭지 첫머리에 일일히 적어 놓아 수학교과서와 함께 읽으면 더욱 상승 효과를 얻도록 “공을 들인” 데서 비롯된 듯싶다. 요새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님도 배우는 학생들도 혼란스러워 우왕좌왕한다는 ‘수리 논술 시험’을 겨냥한 도우미 기획서이기도 하다.
항공·우주공학 석사이자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딴지일보>에서 ‘구라도리’란 필명의 과학부 기자로 활약한 지은이는 이번에도 발랄한 어투와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수학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뒤집어놓았다. 그래서인지 네티즌 독자들이 ‘왜 반말이야’라고 딴지형 독후감을 올려놓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딴지형 의문 하나. “샘, 여기 소개한 영화들 모두 청소년관람가 맞쥬?”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재미없는 수학! 손들엇!
한국 토종 <로보트 태권 V>의 얼굴 길이는 한국인 평균 체형 6등신을 따랐다고 가정했을 때 7.5m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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