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베스트셀러 읽기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
어떻게 하면 딸을 당당하고 주체적이고 능력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는 ‘일본 최고의 과외선생’으로 알려진 마쓰나가 노부후미가 딸 둔 엄마를 위해 쓴 육아·교육 실용서다. 지난 5월 중순 출간된 뒤 지금까지 4만 부가 넘게 팔려 이 분야 베스트셀러 꼭대기로 올라섰다.
이 책은 먼저 나온 마쓰나가의 또다른 책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지난 3월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7만 부 가량 팔렸다. 아들을 잘 키우는 법에 고개를 끄덕인 부모들이 딸 잘 키우는 법에도 관심을 기울인 셈이다. 책을 만든 21세기북스의 편집자 서지연씨는 “일본어 원제는 ‘아들을 잘 키운 엄마는 이것이 다르다’, ‘딸을 잘 키우는 엄마는 이것이 다르다’인데, 한국어판을 낼 때, 강조점을 제목에 명확하게 구현한 것이 독자 관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책은 아들이든 딸이든 중성적으로 키우는 게 좋다는 요즘의 육아 추세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책이다. 아들은 아들답게, 딸은 딸답게 키워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확고한 주장이다. 지은이는 오랜 현장경험에 기대어, 언뜻 낡아 보이는 이런 이분법을 자신있게 구사한다. 가령,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은 ‘고추의 힘’을 마음껏 표출하도록 권고한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궁리한 일은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특성은 남자 아이의 본능이며 이 ‘고추의 힘’을 충분히 발산시켜주는 것이 아들의 활기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딸은 세상의 중심으로 키워라〉는 남자 아이와 다른 여자 아이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딸의 인생엔 역전 홈런이 없다’라는 주장이다. 남자 아이들은 ‘어려서는 구제불능 말썽꾸러기였는데…’ 어른이 되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여자 아이에겐 그런 ‘역전’이 없다는 것이다. 남자아이는 열세 살 이전까지 몸으로 부대끼며 놀았던 경험이 학습능력으로 이어져 질적 비약이 가능하지만, 여자 아이는 한번 길들여진 습관을 좀처럼 바꾸지 못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딸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은 ‘어렸을 때부터 착실히 실력을 쌓는 것’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날마다 꾸준히 문제를 푸는 학습법이 좋다.”
현행의 육아·학습법과 어긋나는 이 책의 주장은 이것만이 아니다. 칭찬은 구체적인 행동이나 결과를 놓고 해야 효과가 있다고 통상의 육아서는 말하는데, 이 책은 여자 아이에게는 ‘잘한 일’보다 ‘존재 자체’를 칭찬하라고 권고한다. 아들은 ‘이 일을 해내다니 대견하구나’와 같이 능력을 칭찬하는 것이 좋지만, 딸에게는 ‘정말 귀엽다’와 같은,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칭찬이 좋다는 것이다. 인터넷서점에 올라온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남녀를 나눠 구체적으로 꼬집어주어서 좋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마음에 와닿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쪽도 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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