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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나키즘 이상향’ 좇아 유럽자유인 탐색

등록 2007-08-03 18:48수정 2007-08-03 19:00

〈예술, 정치를 만나다〉
〈예술, 정치를 만나다〉
박홍규 교수 다작 목록에 2권 추가
‘루벤스~존 레넌’ 예술사 거인 8명 조명
‘반항하는 아나키스트’ 돈키호테 예찬
<예술, 정치를 만나다〉
박홍규 지음/이다미디어·1만2000원
<돈키호테처럼 미쳐?>
박홍규 지음/돋을새김·1만원

법학자 박홍규(사진) 영남대 교수는 다작의 저술가다. 그는 지금까지 책 60여권을 썼고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비롯해 수십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의 다작은 같은 위도상에서 서쪽 맞은편에 있는 언론학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다작에 비견할 만하다. 웬만한 독자는 그들이 쓴 책을 뒤따라 읽기도 숨차다. 지방에 머물러 많이 읽고 많이 쓴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다.


<돈키호테처럼 미쳐?>
<돈키호테처럼 미쳐?>
강준만 교수가 언론학에서 시작해 커뮤니케이션 일반으로 시야를 넓힌 것과 달리, 박홍규 교수는 법학을 직업적 연구 분야로 삼되, 아마추어의 감각으로 법학 바깥의 세계를 여행한다. 강준만 교수의 관심은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한국의 현실에 맞춰져 있다. 언론 비판이든 인물 비평이든 현대사 연구든 그의 관심은 지금 이곳의 현실을 넘어서지 않는다. 반면에 박홍규 교수의 관심은 우선 유럽 또는 서구를 향하고 있다. 유럽의 역사·인물·예술·문학이 그의 딜레탕티즘이 작열하는 지점이다. 그가 한국의 현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상주의자인 그는 유럽에서 관점을 얻고 사례를 찾고 방향을 잡는다. 그가 유럽 숭배자인 것은 아니지만, 유럽이 글쓰기의 토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강준만 교수가 비평가라면, 박홍규 교수는 교양인이다.

이 교양인이 자신의 저서 목록에 책 두 권을 한꺼번에 올렸다. 〈예술, 정치를 만나다〉와 〈돈키호테처럼 미쳐?〉가 그의 최신작들이다. 그의 관심에는 집요한 면이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그의 저작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의 모든 논의는 ‘아나키즘’으로 귀결한다. 그가 말하는 아나키즘은 자유·자치·자연을 핵심으로 하는 유토피아 사상이다. 어떤 전체에도 귀속하기를 거부하는 개인의 삶의 양식이 ‘자유’라면, 중앙집권주의에 반대하고 분권적이고 자율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이 ‘자치’이며, 도시와 인공과 속도의 삶을 반납하고 오염 없는 세계를 가까이하는 것이 ‘자연’이다. 자치의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자유롭게 사는 것이 그가 꿈꾸는 아나키즘의 이상이다. 두 책에서 그 이상에 대한 고민을 만날 수 있다.

박홍규 교수
박홍규 교수
〈예술, 정치를 만나다〉는 루벤스부터 존 레넌까지 서구 예술사의 거인 여덟 명을 뽑아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탐색한다. 루벤스에게서 지은이는 예술과 정치의 행복한 만남을 본다. 살집이 넉넉한 풍요로운 여체를 사랑했던 루벤스는 바로크 미술의 최고봉이었고, 동시에 유럽 각국의 언어에 달통한 뛰어난 외교관이었다. 다른 책에서 수시로 불거졌던 지은이의 다소 냉소적이고 삐딱한 시선이 여기선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가 세상과 화해하기로 결심한 것인가. 뒤이은 괴테 편에서도 지은이는 정치와 예술의 조화로운 만남을 보여준다. 바이마르의 재상으로서 정치적 성공을 구가했던 괴테는 〈파우스트〉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으로 탈민족적 세계주의 사상을 펼쳤다. 괴테는 교양인의 전형이었다.

예술이 정치와 불륜을 저지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어지는 바그너 편에서 지은이는 이 오페라의 황제가 반유대주의와 광신적 독일주의에 물들어 있었음을 강조한다. 바그너에 대한 니체의 평가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도대체 바그너는 인간인가? 그는 그 이전에 하나의 전염병인 것은 아닌가? 그는 그가 손대는 모든 것을 병들게 만든다. 그는 음악을 병들게 만들었다.” 지은이의 삐딱한 정신은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정치와 예술이 창조적 긴장 혹은 불화의 관계에 있었던 사르트르의 사례에 이르러 지은이의 관점은 명료해진다. 그가 ‘영원한 아나키스트’로 규정하는 사르트르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했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항했다. “예술가는 자유에 대한 억압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한 반항인이자 자유인으로 살았다.
〈돈키호테처럼 미쳐?〉에서 지은이는 돈키호테라는 인간형으로부터 ‘반항하는 자유인’ 곧 아나키스트의 한 모습을 끌어낸다. 지은이는 말한다. “정의감과 정신성과 인류애에 입각해 자유롭고 자율적이며 스스로 책임지는 개인의 표상인 돈키호테는 다수의 강자에 영합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소수의 약자를 상징하고, 소수라는 이유로 그를 정신착란 등으로 매도하는 다수에 당당히 맞서서 싸우는 나름의 정신적인 귀족이고 영웅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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