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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생의 벗이 될 ‘아름다운 한국인들’

등록 2007-08-03 19:10수정 2007-08-03 19:18

천상병, 장기려, 이휘소, 함석헌
천상병, 장기려, 이휘소, 함석헌
시인·의사·물리학자·사상가 등
4명의 잔잔하지만 감동적 일대기
‘청소년 인물 박물관’ 시리즈로 첫선
천상병, 장기려, 이휘소, 함석헌
전남진·임정진·이용포·조한서 지음/작은씨앗·각 권 9500원

위인전기나 영웅담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잘 읽히고 잘 팔리는 책이다. 하지만 그 대상이 청소년층으로 옮겨오면 시장은 문득 단절된 듯 빈약해진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우상’으로 껴안고 사는, 그 예민하고 까다로운 독자들에게 도대체 어떤 인물 이야기가 ‘먹힐’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점에서 ‘청소년 인물 박물관’ 시리즈를, 그것도 한국 근·현대 100년사의 인물들을 골라 소개하기로 한 출판사 ‘작은 씨앗’의 기획은 그 자체로 야심적인 모험이라 할 만하다.

시인 천상병, 의사 장기려, 물리학자 이휘소, 사상가 함석헌. 다양한 분야의 대표 인물 4명이 1차로 등장했다. 기획자들은 특별한 의도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루 한 병의 맥주나 막걸리, 담배 한 갑이면 행복했던 어린애 같은 사람, 그분의 웃음과 행동은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입니다. … 이 땅에 소풍왔다 좋은 시를 남기고 하늘로 돌아간 한 시인의 삶을 기억해 주시고 그의 삶을 통해 여러분의 마음에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맑은 창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부인 목순옥 여사)

어릴 적 유난히 이마가 튀어나와 ‘이망쟁이’로 불렸던 ‘귀천’의 시인, ‘천상병’ 편이 대표적이다. 살아생전 유고시집을 냈던 시인의 첫 일대기를 정리해낸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당부를 하고 있다.

생전에 이미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장기려’ 편을 집필한 동화작가 임정진씨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아름다운 이들은 대개 조용하고 차근차근 진행하므로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자기 공을 내세우기는커녕 오히려 감추려는 경향이 있어 많은 이들이 그들을 몰라보기도 한다. 나는 그들을 조용한 영웅이라 하고 싶다.”

위 왼쪽부터 시계 도는 방향으로 아내와 함께 있는 시인 천상병, 의사 장기려, 물리학자 이휘소, 사상가 함석헌씨. 
작은씨앗 제공
위 왼쪽부터 시계 도는 방향으로 아내와 함께 있는 시인 천상병, 의사 장기려, 물리학자 이휘소, 사상가 함석헌씨. 작은씨앗 제공
실제로 ‘천재인 줄 알고 자랐으나 첫 중학교 입학시험부터 낙방한’ 일화로 시작되는 장 박사의 청소년 시절은 연애와 화투놀이에 빠져 학업을 등졌을 정도로 ‘평범한’ 편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혼돈에서 깨어나 유능한 의사로 길을 찾았고 사회사업가, 독실한 신앙인, 이산의 아픔을 겪은 한국전쟁의 피해자, 평생 한 여인만을 사랑한 로맨티시스트, 존경받는 교육자로 84년의 생을 완성해냈다.


“그는 핵물리학자도 아니었고, 핵폭탄을 만들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핵폭탄 제조를 강력히 반대한 사람이었다.”

‘이휘소’ 편의 필자인 소설가 이용포씨는 지금도 이 요절 천재의 죽음에 드리워져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그늘을 철저하게 걷어냈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했던 ‘질문하는 아이’가 25살에 펜실베이니아대의 ‘닥터 벤저민 리’ 교수가 되고, 38살에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미국 페르미연구소 부장으로 유력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꼽히다, 42살 불의의 교통사고로 마감한 짧은 생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리해놓았다. 그가 그려낸 이휘소는 ‘어릴 적 꿈을 키워 아름다운 빛을 남기고 간 세계인’이다.

“씨알 하나하나는 지나온 생명의 역사를 담고 있고, 펼쳐질 미래를 안고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그 안에 무한한 힘과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씨알사상’으로 침략과 억압으로 점철된 한반도의 역사에 희망의 씨를 심고 간 ‘함석헌’ 편의 부제 역시 ‘평화를 사랑한 아름다운 사상가’다.

‘청소년들의 정체성 찾기’를 목표로 한 이 시리즈는 연말까지 공병우, 김대중, 윤이상, 유일한, 권기옥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고, 모두 50명의 ‘아름다운 한국인’을 찾으면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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