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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복지국가혁명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등록 2007-08-20 21:10

정승일씨
정승일씨
정승일씨, 복지 중요성 외면하는 진보 대안담론들 비판
“시장개방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반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편적 복지제도의 확립이다. 이것이 빠져 있으니 진보의 정신과 영혼이 사라진 꼴이다.”

정승일(사진)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실은 글 ‘신자유주의와 대안체제-복지국가혁명을 위하여’에서 “개혁진보진영의 대안담론들이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서, 북유럽형 선진화의 길을 모델로 하는 ‘복지국가혁명’이 진보진영의 거대담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지난 3월 5~10일 ‘진보개혁 사회대안 탐구’ 시리즈 성격으로 〈한겨레〉 지면에 소개된 5개 담론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당시 〈한겨레〉 지면에는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론’(조희연 등) ‘노동중심 통일경제 연방론’(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사회연대국가론’(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사회투자국가론’(유시민 김연명 등) ‘신진보주의국가론’(한반도사회경제연구회) 등 5개 담론이 실렸다.

그가 보기에 이 담론들은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일부는 구체적인 정책들로 발전시켰으나 공통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모두 서구형 복지국가를 진부한 모델로 치부하고 복지를 ‘정책’의 차원(사회복지정책)에서 ‘국가체제’의 차원(복지국가)으로 격상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 또는 무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생태·평화 사회민주주의론은 서구 복지국가를 국가주의와 성장주의의 한계에 갇혀 좌초한 낡은 모델로, 사회투자국가론과 신진보주의국가론은 기든스의 ‘제3의 길’ 사상에 따라 ‘복지국가’를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베버리지형 복지정책’으로 이해하며 이를 실패한 모델로 본다고 정 위원은 밝혔다.

두번째로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진지한 조세개혁 구상을 내놓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정 위원은 사회연대국가론과 사회투자국가론 등에서 조세개혁 구상이 일부 드러나고 있지만, 중산층을 포함한 대부분 국민과 경제 관료들의 증세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고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복지혜택 후조세부담’의 원칙을 통해 중산층을 포함한 국민들이 복지의 유용성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조세개혁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균형재정의 원칙은 잠시 유보될 필요가 있다.” 1930년 대공황기에도 미국 정부는 먼저 복지예산을 급격히 늘렸고, 우리나라도 1997년 구제금융위기 때 공적자금 150조원을 퍼부은 적이 있다. 그는 우리의 국가재정이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데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삶의 위기가 10년 전에 버금가는 것임을 강조하며, 100조 이상의 국가예산을 먼저 시급한 복지 확충에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시스템이 혁명적으로 구축될 경우 우수 인재들이 굳이 중소기업을 떠날 이유가 없고 ‘사람 살 만한’ 환경 때문에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경제는 자연스레 성장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 위원은 지난 20여년 동안 개혁진보세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타도에만, 시민단체는 시장원리의 관철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복지국가 구상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오늘날 진정한 진보는 복지국가 지향성”이라고 단언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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