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랜드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중인 서울 뉴코아 강남점에서 경찰의 강제해산에 맞서고 있다. 강창광 기자
정치학 거장 에이프릴 카터, 새 저서 ‘직접행동’서 주장
대의제 왜곡 바로잡아…시민 대항 없으면 자유 사라져
대의제 왜곡 바로잡아…시민 대항 없으면 자유 사라져
6월 항쟁 이후 한국사회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항쟁 20년인 올해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주요 화두도 절차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경제 등 실질적 민주화의 성취 가능성이었다. 민주주의는 대의제의 틀 안에서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이해의 접점을 찾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민주화 진전에 따라 합법이든 비합법이든 대중들의 시위 단식 농성 파업 등의 행위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사태가 보여주듯, 현장과 거리에서 대중들의 성난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격렬해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혹시 우리만의 문제일까? 이에 대해 민주주의와 현대정치 이론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에이프릴 카터 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된 저서 〈직접행동-21세기 민주주의, 거인과 싸우다〉(교양인 펴냄, 조효제 옮김)에서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대의제의 틀 바깥에서 이뤄지는 시위와 집회 등 이른바 대중들의 ‘직접행동’은 대의민주주의의 실질성을 강화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민주주의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것이다. 오히려 직접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민주주의는 타락하기 시작한다. 그의 말이 맞다면 과도한 직접행동은 취약한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보는 국내 일부 진보 진영의 시각 교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직접행동의 정당성은 바로 민주주의 체제 안에 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에서 잇단 반인권적 조처가 터져 나왔다. 많은 이들이 매카시 광풍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의 “군사나 안보적 압력은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시민들간의 평등한 목소리’도 이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예컨대 “선거 과정의 압력단체 로비는 부유층 특히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석유나 핵발전산업 혹은 언론사 소유 기업처럼 지배적인 경제·사회 세력의 영향력은 대다수 유권자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도 개인적이고 체계적인 차원의 부패는 자라난다. 이 역시 체제를 왜곡시키는 요인이다.
〈직접행동-21세기 민주주의, 거인과 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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