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미술을 초대하다’ 펴낸 김석원씨
어엿한 예술이 된 사진의 눈으로
역사 되짚으며 미술과의 소통 조명
“사진이 인상파 촉발·극사실주의 창조”
매체혼합시대 사진 기획력 강조
역사 되짚으며 미술과의 소통 조명
“사진이 인상파 촉발·극사실주의 창조”
매체혼합시대 사진 기획력 강조
‘사진, 미술을 초대하다’ 펴낸 김석원씨
공주영상대 엔터테인먼트과 교수인 김석원(사진)씨는 두 곳의 대학 학부에서 연이어 미술과 사진을 전공했다. 그가 최근 펴낸 〈사진, 미술을 초대하다〉(아트북스)가 나오게 된 배경도 지은이의 이런 이력 탓이 크다.
시각예술로서 사진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진작가들이 예술가로 대접받은 지는 오래 전이며, 사진 전문 갤러리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디카의 보급은 예술로서의 사진의 대중화를 급속히 촉진시키고 있다. 가상 공간의 수많은 블로그 ‘대문’에 자리한 개성 넘치는 다양한 사진들은 이미 사진은 예술이라는 자각이 저 밑바닥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은 또 현존 예술의 세계 속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독자적인 사진작품이든, 회화나 비디오물 혹은 혼합매체나 행위예술이든 거기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사진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예술로서 사진의 역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 교수는 특히 이 책에서 사진과 미술의 상호 소통의 모양새를 진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메라의 원리가 그림을 그리는 보조수단으로 사용된 시기는 15세기로 올라간다. 카메라의 어원인 ‘카메라 옵스큐라’(밀폐된 방이나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거나 렌즈를 장착해 반대쪽 면에 거꾸로 된 영상이 생기도록 만든 장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원근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수단으로 사용했고 16세기부터 널리 활용됐다.
김 교수는 이를 두고 “이미지가 객관성을 획득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즉 대상의 형태를 정확히 관찰해냄으로써 당대 화가들에게 직접적인 체험에서 얻은 것과는 다른 새로운 회화적 영상세계에 눈을 뜨도록 해주었다는 것이다.
사진 초창기인 19세기 중반 화가들은 달리는 말의 다리 4개가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말의 속도감 때문에 ‘사물의 실체’를 따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1872년 마이브리지의 연속 촬영 사진으로 답은 쉽게 나왔다. 동시에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사진은 화가들로 하여금 좀 더 객관적으로 인간의 눈이 경험하는 시퀀스를 분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상파의 시대, 사진은 이 사조의 분출을 촉발시키는 좀 더 능동적인 구실을 자임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과의 색이 조명에 따라 녹색으로 파란색으로 다르게 보입니다.” 순간적인 빛의 변화에 민감한 인상파 출현에는 이처럼 사진이 엮어낸 시각적 체험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초현실주의 시대에 이르러 사진이란 매체는 예술의 보조자가 아닌 ‘등가의 동반자’로 우뚝 서게 된다.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맨 레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적인 사진 작품을 제작하는 데 전념했다. “인화 과정 중간에 필름을 인위적으로 빛에 노출시키거나(레이요그래피), 아예 사진을 찍지 않고 인화지에 물체를 올려 놓고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솔라리제이션) 방식으로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죠.” 그의 작업은 또 사진이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록매체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사진의 특성인 화학·물리적 기능을 활용해 창조적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사진이란 매체의 고유 기능이 예술적 의도를 아예 구성해버린 예로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사조를 꼽을 수 있다. 광경의 정지된 한 순간을 사진처럼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사조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의 기능과 인식을 재조명해 미술을 보는 감상자의 사고를 확장”시켰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뒤샹에 이르러 미술과 사진의 인위적 구별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기성제품인 소변기의 전시회 출품은 전통적인 예술 제작의 사망 선고나 다름 없었다. 이제는 사진이건 회화건 매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미지의 홍수 시대, 사진 예술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김 교수는 기획력과 단순성을 강조했다. “기발한 상상력에 익숙해져 새로운 것을 찾기도 어렵고 또 쉽게 식상해지죠. 이 때문에 이미지 자체의 황폐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단순한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매체와의 혼합이 필수인 시대에, 기획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학의 사진과 전공 교육은 이런 기대치에 한참이나 떨어져 있다고 했다. “사진과에서 디지털 사진을 가르친다면서 포토샵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모든 대학의 커리큘럼이 똑같아요. 전시기획이나 해외유통 등 작가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진 전공자의 95%는 사진이란 장르 속에 갇혀 있다”고 했다. 최근 유학파들이 독창적인 기획을 선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는 사진계의 완강한 기득권 구조도 지적했다. “사진 작가들이 40대 이후로 단절된 상태입니다. (이들을 예술창작의 세계로 이어주는) 통로가 (사진계의) 50~60대 세대에 의해 막혀 있습니다.”
글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초현실주의 시대에 이르러 사진이란 매체는 예술의 보조자가 아닌 ‘등가의 동반자’로 우뚝 서게 된다.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사진작가인 맨 레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적인 사진 작품을 제작하는 데 전념했다. “인화 과정 중간에 필름을 인위적으로 빛에 노출시키거나(레이요그래피), 아예 사진을 찍지 않고 인화지에 물체를 올려 놓고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솔라리제이션) 방식으로 초현실적 이미지를 만들어 냈죠.” 그의 작업은 또 사진이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록매체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사진의 특성인 화학·물리적 기능을 활용해 창조적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사진이란 매체의 고유 기능이 예술적 의도를 아예 구성해버린 예로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사조를 꼽을 수 있다. 광경의 정지된 한 순간을 사진처럼 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사조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록의 기능과 인식을 재조명해 미술을 보는 감상자의 사고를 확장”시켰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김석원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