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 ‘난쏘공’ 29년만에 다음주중 100만부 돌파
‘난장이’가 마침내 100만번째 공을 쏘아올렸다.
조세희(67)씨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1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78년 6월5일 문학과지성사에서 초판이 출간된 뒤 29년여 만의 일이다. ▶관련기사 25면
문학과지성사에 이어 2000년 7월부터 <난쏘공>을 내고 있는 도서출판 ‘이성과 힘’의 조중협 대표는 2일 “8월15일 227쇄로 99만9800부까지를 찍었으며 다음주 중에 100만부 기념쇄로 228쇄를 찍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100만부 기념쇄에는 문학평론가 권성우 숙명여대 인문학부 교수의 표사 글을 새로 싣고 띠지를 씌워서 <난쏘공> 100만부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짧은 기간에 100만부를 넘겨 팔리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순문학 작품으로 30년에 걸쳐 100만부를 넘긴 것은 매우 드문 일. 문단에서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난쏘공>은 산동네 철거민 출신으로 공장 노동자가 된 난쟁이 일가를 통해 도시빈민과 노동자 등 70년대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룬 작품이다. 75년 말에 발표된 <칼날>에서부터 78년 여름에 발표된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까지 단편 열두 편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과 서해안 항구도시 ‘은강’을 한국 문학의 지도 속에 확고히 편입시켰다.
민중의 삶을 핍진하게 그리면서도 세련된 문체와 독특한 형식실험을 구사한 <난쏘공>은 사회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아울러 성취한 드문 사례로서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우뚝 자리잡았다. 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였으며, 그 뒤로도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추천도서로 자주 선정되고 있다. 96년 초에 최인훈씨의 소설 <광장>과 함께 100쇄 기념잔치의 주인공이 된 데 이어 2005년 말에는 200쇄를 넘어섰다.
<난쏘공> 초판 발간 30돌이 되는 내년 6월에 맞추어서는 <난쏘공>과 조세희씨의 문학세계를 집중 점검하는 기획 단행본 <조세희 깊이 읽기>(가제)도 나올 참이다. 권성우 교수가 편집을 맡은 이 책은 작가와의 집중대담, 작가론 및 작품론, 작가에 관한 인물 에세이 등이 실릴 예정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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