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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 강단서 밀려난다

등록 2007-09-03 21:37수정 2007-09-04 14:55

서울대 김수행 교수 후임채용때 전공 특정 않기로
전공교수 5개 대학으로 줄듯…비주류 경제학 소외
1990년대 이후 겨우 명맥을 이어온 ‘마르크스 경제학’은 더욱 위축되는가?

지난 1989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쳐 온 김수행 교수는 이 학부의 유일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대 경제학부 인사기획위원회 위원 6명은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 둔 김 교수의 후임자 채용 문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위원회는 내년 2월 채용하는 김 교수 후임자의 전공을 특정하지 않고 ‘경제학 일반’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오는 5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방침을 최종 논의한다.

이아무개 위원은 이런 결정의 배경에 대해 “신규 채용교수 3분의1은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지 않은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 규정이 내년 2월 신규채용때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서울대 쪽에서 동일 전공 학부 출신으로만 신규 교수 채용을 하지 못하도록 3분의1은 다른 과나 대학 출신으로 뽑도록 하고 있다. 이 위원은 “비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으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를 뽑아야 할 경우 선택의 폭이 좁아져 아예 뽑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면서 “가장 훌륭한 학문적 업적을 가진 교수를 뽑기 위해 전공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교수는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적인 결정”이라며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면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뽑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현재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연구자 9명을 지도하고 있다. 또 학부에서 ‘현대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대 학부에는 ‘정치경제학 입문’과 ‘마르크스 경제학’ 등 모두 3개의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선택 강의가 있는 데 수강생은 합해서 모두 200여명”이라면서 “다른 주류 경제학 강의에 비해 학생수도 많고 박사과정 연구자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도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를 두지 않으려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들은 1980년 초·중반 활발하게 대학 강단에 진출했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단 2명만이 정규직 교수로 신규 채용되는 등 이 분야 학맥이 대학 강단에서 끊기고 있다.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마르크스 전공자들의 ‘전향’도 겹치면서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 전남대, 경상대 등 6개 대학만이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 교수를 채용하고 있다고 경상대 정성진 교수는 밝혔다. 정 교수는 “대학 학부에서 자본주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류와 비주류 등 상반된 관점을 동시에 지도해야 하는 데 우리의 경우 ‘학문적 동종교배’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수행 교수는“최근 서울대 경제학부가 경제철학(박우희 교수)이나 농업경제학(정영일 교수) 경제통합(김세원 교수) 전공 교수들의 후임으로 모두 계량이나 미시·금융 등 주류 경제학 연구자들을 채용했다”면서 “서울대 경제학부가 신고전학파나 이에 근거한 계량주의 등 주류 경제학에서도 한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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