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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소통의 정치로 ‘민주+공화’국 세우자

등록 2007-09-12 20:53

이동수 교수는 ‘공화’ 이념의 완성을 위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토론에 참여해 소통하는 공적 성격의 공론장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이동수 교수는 ‘공화’ 이념의 완성을 위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토론에 참여해 소통하는 공적 성격의 공론장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이동수 교수 학술대회서 ‘민주화 이후 공화민주주의’ 발표
우리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공화주의가 담론으로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해 온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이 99년 펴낸 저서 〈세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나눈다〉에서 공화주의 이념의 결핍을 본격 제기한 뒤 김상봉 전남대 교수 등이 이런 문제의식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자유로운 시민들이 공익을 목표로 하는 사회로서 법의 권위가 지배하는 국가.”(홍세화 위원의 공화국 정의) 홍 위원 등은 공화주의의 주요 가치인 공익과 연대를 어떻게 민주와 접목시킬 수 있는 지를 화두 삼아 사유를 펼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민주주의 심화 아닌 민주와 공화의 접목
시민 의사소통 통해 권력 만들고 법의 권위 따르게 해야

이런 공화주의 논의에 경희대 이동수 교수(정치학)가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와 벨기에 정치사상가 상탈 무페(1906~)의 이론을 빌려 뛰어 들었다. 그의 화두는 소통의 정치와 법의 권위다.

그는 철학연구회와 한국정치사상학회가 15일 숭실대에서 여는 학술대회 ‘대통령직의 위기와 유목적 정치질서’에서 발표하는 글 ‘민주화 이후 공화민주주의의 재발견’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민주주의의 심화가 아니라, 민주의 토대에 ‘공화’의 가치를 접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는 ‘권력의 분립’과 ‘다수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지만 ‘공화’는 다수의 지배 속에 소수의 권리와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이 교수가 보기에 현재 한국 정치는 권력정치다. 공화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소통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제안의 토대는 아렌트의 사유다.

아렌트는 아테네의 공화민주주의를 이상적인 정치로 보았다. 아테네에선 모든 시민이 민회와 같은 공론장에 참여해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 공동세계를 구성했다. 아렌트는 공화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들 사이의 관계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주목하는 소통과 참여 그리고 이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법치”로 보았다. “말을 통한 의견의 주장과 설득을 통한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진정한 권력을 형성할 때 공동세계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게 아렌트의 생각”이다.


‘공화’ 이념의 완성을 위해서는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경청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의 참여가 중요하다. 때문에 공적인 공간에서 소통하는 공론장이 긴요하다. 하지만 국가권력과 상업성이 공론장을 천박한 여론소비장으로 만들면서 우리의 정치 참여는 참여의 실질적 내용인 의사개진과 소통에의 참여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1990년대 이후 우리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토의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그는 “토의의 과정은 상대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진다”며 참여민주주의는 결국 토의민주주의를 지향할 때 진정한 참여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공론장 형성에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무페가 원용한 소키에타스(societas) 개념도 이와 맞닿아 있다. 시민적 결사로 불리는 소키에타스는 공동으로 추구하는 어떤 실체적 목표 때문에 모인 집단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논의하기 위한 규칙과 절차를 서로 공유하고 각자 타인들로부터 그것을 논의할 자격이 있는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 즉 공동체의 가장 큰 덕목은 공동의 이익이나 목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인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무페의 논지를 받아들여 우리도 공동선을 미리 규정하지 말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공동선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소키에타스가 무시되고 있는 데는 전통과 실행을 무시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 헌법은 임시정부 이전 역사를 역사적 전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규칙과 절차를 만들어내야 할 전통과 실행의 실체를 부인함으로써 무의 상태에서 공동선에 합의할 규칙과 절차를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발적 복종을 통해 통합시킬 수 있는 권위체”가 절실하다. 이 교수는 권위가 모두 해체된 우리 사회에서는 법이 그런 구실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떻게 법에 권위를 부여할 수 있을까. “제·개정 과정이 충분한 숙고와 시민들의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어떤 외부의 원칙을 표명하는 선언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실제적 관계를 염두에 둔 관계법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02)820-0373.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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