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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경제론’, 신자유주의 시대의 의미는

등록 2007-09-20 19:36

고 박현채 교수
고 박현채 교수
21일 학술심포지엄 열려
고 박현채 교수 이론 재조명

민족경제론은 용도폐기돼야 하나, 아니면 재평가돼야 하나?

고 박현채 교수(사진·1934~1995)가 앞장 서 펼친 ‘민족경제론’은 1960~70년대 박정희 체제의 수입주도형 경제 모델에 대한 대항담론이었다. 박 교수는 외자의존적 경제 성장론을 비판하고 국민경제 내에서 완결적 재생산구조를 갖춘 자립경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1978년 출판한 〈민족경제론〉은 진보적 경제학자들의 ‘경전’ 구실을 했다. 그는 1971년 김대중 신민당 대통령 후보의 대중경제론을 가다듬는 데도 핵심적 노릇을 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민족경제론의 의미를 묻는 학술 심포지엄 ‘지구화 시대의 민족경제’가 오는 2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고 박현채 전집발간위원회 등의 주관으로 열린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발표글 ‘지구화 시대의 자립경제·민족경제론’에서 민족경제론의 용도폐기론에 가까운 관점을 내비친다.

그는 “민족경제론 태동 당시에는 의식주 공급이 되지 않을 정도로 국내 생산력이 낮았다”는 측면에서, 자립능력에 대한 강조가 유효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본의 과잉으로 민중이 고통을 받고 있고 외국과 국내자본도 긴장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민족경제론보다는 국내외 자본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통해 대안 경제 체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석유정점과 한국경제’를 발표하는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한 국가의 경제체제가 내포적 구조를 갖춰야 함”을 석유정점(oil peak)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석유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를 뜻하는 석유정점이 도달할 때가 머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따라서 “화석에너지원에 대한 무한 착취에 기반한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그는 이런 이유로 불가피하게 닥칠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탈산업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재기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도 ‘식량 자급을 하지 못하는 국가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했다.” 박현채의 자립·민족경제론을 재해석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서는 조석곤 상지대 교수는 박현채 경제학이 내장하고 있던 분배의 정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지향형이었던 박정희 모델에는 분배 개념이 없었던 반면 내부동원형이었던 박현채 프로그램은 내부 구성원에 대한 분배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성장을 이루면 분배는 자동으로 이뤄진다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모델 모색은 박 교수의 고민과 접맥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내부 분배를 강조하는 민족경제론자라면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조절해 충격을 완화시키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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