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
감동이 최고! 순수소설
황석영·김훈 묽직한 글솜씨
‘웰컴 투더…’ 신선한 매력 <바리데기>=황석영씨의 <바리데기>는 2007년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얼굴’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한겨레> 연재를 거쳐 단행본으로 나온 <바리데기>는 탈북 소녀 바리가 중국을 거쳐 영국 런던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휴전선 북쪽 동포들의 어려운 형편, 세계화와 노동력 이동의 그늘, 9·11로 상징되는 전 세계적 갈등과 대결의 현실 등이 다층적으로 파헤쳐진다. 전통 굿 형식을 차용한 <손님>과 판소리계 이야기를 재해석한 <심청, 연꽃의 길>에 이어 <바리데기>에서도 작가는 민족 고유의 설화의 틀을 활용해 당대의 핵심적인 문제에 접근한다.
<남한산성>=<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에 이은 김훈씨의 또 하나의 역사소설 <남한산성> 역시 <바리데기>에 못지않게 한국 소설 부흥의 견인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와 조정이 죽음을 각오하고 나가 싸울 것이냐 치욕스럽더라도 화평을 청할 것이냐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제 아무리 아름답고 씩씩한 언어일지라도 물질적 바탕이 없고서는 다만 공허할 따름이며, 이념과 명분 이전에 삶이 있다는 것이 논쟁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이다.
<천년의 왕국>= <남한산성>의 무대인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이 김경욱씨의 <천년의 왕국> 말미에도 잠깐 등장한다. 네덜란드 선원으로 조선에 표착한 벨테브레(귀화 이름 ‘박연’)를 주인공 삼은 소설은 이동과 조화,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과 만남이라는 현대적인 주제를 잘 읽히는 의고투 문체에 담았다. 도시 젊은이들의 감각과 풍속에 민첩했던 작가 김경욱씨의 유연한 변신이 돋보인다.
<추사>=원로 작가 한승원씨는 고향인 전남 장흥의 해산토굴에서 왕성한 생산력으로 소설들을 ‘해산’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및 그 주변 인물들이 이즈음 그의 주된 관심 대상이다. 추사의 절친한 벗이었던 초의선사를 주인공 삼은 <초의>, 다산의 형인 손암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 시절을 다룬 <흑산도 하늘길>에 이어지는 소설 <추사>는 오만한 천재로 오해되어 온 추사를 개혁 지향적 지식인으로 재탄생시킨다.
<리진>=신경숙씨의 <리진> 또한 조선과 서구적 근대 사이의 만남을 포착한다. 프랑스 공사의 여자가 되어 유럽으로 건너갔던 조선 궁중무희의 굴곡진 삶이 펼쳐진다. 실존 인물에 관한 짧은 기록에서 출발한 소설은 서구적 근대와 조선의 봉건 사이의 알력보다는 리진 개인의 사랑과 운명의 비극에 더 초점을 맞춘다.
<논개>=김별아씨도 <미실>에 이어 또 한 사람의 여성 역사 인물을 소설화했다. 논개는 적장을 끌어안고 진주 남강에 투신한 ‘의로운 기생’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사실은 몰락한 양반가 출신으로 전란 당시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최경회의 후처였다가 먼저 죽은 남편의 원수를 갚고자 거사를 감행한다. 대의보다는 남편에 대한 운명적 사랑이 거사의 동기가 되었다는 해석이 새롭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역사물 취향이 아니라면 뉴욕 지하철을 무대로 삼은 신인 작가 서진씨의 실험적인 소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를 권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에 온 한국인 이민자가 결국 버려진 뉴욕 지하철 구간에 자신의 존재를 의탁하게 된다는 설정이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왼손잡이 미스터 리>=젊은 작가 권리씨의 <왼손잡이 미스터 리>의 주인공은 <바리데기>의 바리와 마찬가지로 탈북자다. 서울 이태원에 정착한 ‘미스터 리’는 기획 탈북 과정에 개입하는 뒤틀린 욕망들, 그리고 우리 사회의 획일화와 집단 이에올로기를 반성적으로 되비추는 일종의 거울 구실을 한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웰컴 투더…’ 신선한 매력 <바리데기>=황석영씨의 <바리데기>는 2007년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얼굴’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 <한겨레> 연재를 거쳐 단행본으로 나온 <바리데기>는 탈북 소녀 바리가 중국을 거쳐 영국 런던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 과정에서 휴전선 북쪽 동포들의 어려운 형편, 세계화와 노동력 이동의 그늘, 9·11로 상징되는 전 세계적 갈등과 대결의 현실 등이 다층적으로 파헤쳐진다. 전통 굿 형식을 차용한 <손님>과 판소리계 이야기를 재해석한 <심청, 연꽃의 길>에 이어 <바리데기>에서도 작가는 민족 고유의 설화의 틀을 활용해 당대의 핵심적인 문제에 접근한다.
남한산성
천년의 왕국
추사
리진
논개
웰컴 투더 언더그라운드
왼손잡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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