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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문학에 빠진 고교생들 ‘쪽빛’ 책을 쓰다

등록 2007-09-28 19:24수정 2007-09-28 19:36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토토, 모리를 만나다><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토토, 모리를 만나다><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
‘인디고 서원’ 책읽기 모임 학생들
읽은 책들 고르고 지식인과 토론 정리
청소년들과 공감할 수 있는 3권 펴내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인디고 아이들 지음/궁리·1만2000원

<토토, 모리를 만나다>인디고 아이들 지음/궁리·1만2000원

<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인디고 아이들 지음/궁리·9000원

독서 지도와 논술이, 거대 언론사들이 ‘노다지캐기 경쟁’을 할 정도로 대학 입시를 좌우하는 한국 사회에서 고교생들이 ‘수능과 거리가 먼’ 인문학 책읽기에 빠지다 못해 아예 책까지 써냈다. 그것도 세 권을 한꺼번에 냈다. 사고라면 대형사고다. 도대체 어떤 아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저질렀을까?

“시험을 치면서도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까,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그 많은 불안과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도 멈출 수 없었던 까닭은 이 일이 우리가 수많은 청소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점점 더 애착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의 공저자인 16명의 고1생들은 지난 2년6개월에 걸쳐 자신들이 함께 읽고 토론한 수백 권의 책 가운데 54권을 뽑아 또래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등 6개 분야를 망라한 이 독서 목록은, 교육부나 학교에서 권하는 ‘고전명작’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고, 희망을 주며, 삶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들이다.

〈토토, 모리를 만나다-아람샘과 함께한 행복한 인문학 수업〉을 함께 만든 고2생 18명은 “학교라는 좁은 공간에만 생각을 가두어놓기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이 땅의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일행’이란 동아리 회원인 이들은 지난 6개월 동안 매주 일요일 ‘아람샘 소행성 612호’에서 함께한 독서 수업의 전 과정을 일기와 대화 형식으로 정리해놓았다.

“정말 어른들의 말씀처럼 고3에겐 과분한 일이 아닐까, 라는 물음에 가슴과 머리가 터질 듯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때론 답답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중 아무도 억지로 시키지 않은 이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고민들은 메마르고 반복적인 수능 공부에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창조적 열정을 지닌 청소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를 묶어낸 고3생 7명의 대답은 결연하다 못해 절박하다. 지난 3년간 매월 ‘주제와 변주’란 제목의 초청토론에 호응해준 27명의 강사들과 나눈 교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묻고 답한 이들의 글은 마치 평론을 읽는 듯 묵직하다. 박원순, 한홍구, 강수돌, 성석제, 김선우, 장영희…강사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부산 인디고 서원 책읽기 모임에서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도서출판 궁리 제공.
부산 인디고 서원 책읽기 모임에서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도서출판 궁리 제공.
이들의 다른 이름은 ‘인디고 아이들’이고, 이들의 둥지는 인디고 서원이다. 2004년 8월 부산의 학원골목인 남천동 한가운데서 참고서나 문제집 대신 단행본만 팔기 시작했을 때부터 국내외 인문학 동네의 주시와 찬사를 받고 있는 작은 책방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쪽빛(인디고)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고 사유하며 토론하고 실천하는 곳’, ‘작은 혁명가들이 사는 에코토피아를 꿈꾸는 곳’이기도 하다. ‘아람샘’으로 불리는 허아람(36)씨가 ‘무모하고도 밑지는’ 모험을 할 수 있는 힘은 “국문학도 시절부터 16년간 아이들과 3천여권을 함께 읽으며 확인한 책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10월6~14일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와 시립미술관 일대에서 진행될 제2회 인문주간 행사에 참가하면 인디고 아이들이 누리는 ‘이 행복한 특권’을 나눠 가질 수 있다. www.indigoground.net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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