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99년 시작한 노빈손의 23번째 여정
조선 부흥 이끈 정조 암살설 추적
TV 드라마와 비교해 보면 더 재미
조선 부흥 이끈 정조 암살설 추적
TV 드라마와 비교해 보면 더 재미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남동욱 지음·이우일 일러스트/뜨인돌·9500원 모험청년 ‘노빈손’이 성균관 특별 입학생이 됐다. ‘한국은 좁다’며 무인도나 아마존 같은 위험지대를 떠돌고, 타임머신을 타고 수억만 년의 시대를 넘다들며 지구와 우주까지 구하는 모험극을 펼치다, 이집트·중국·로마·일본 등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마침내 귀국해 한국사 탐구에 나선 것이다. 1999년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부터 시작한 노빈손의 파란만장 여행기 23번째 도착지는 200여년 전 정조시대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노빈손이 스스로 원해서 찾아간 것은 전혀 아니다. 고서적이나 벼루를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는 ‘여친’ 말숙의 유별난 부탁 아닌 협박에 못이겨 인사동을 어슬렁거리다 ‘규장각 분점’이란 고서점에서 그만 시간의 블랙홀에 빠져 진짜 규장각에 뚝 떨어지고 만다. 그의 손에는 고서점 주인이 찾아오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 책의 제목이 적힌 쪽지 한 장이 들려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 때는 바로 1795년 을묘년 윤 2월9일, 소문난 효자인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한 ‘화성행차’를 앞두고 거국적인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니 어가행렬 수행원 1779명과 말 799필을 비롯해 모두 6천 명이 한강을 오가며 대이동을 했던 이 행차의 전 과정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아직 쓰여지지도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노빈손은 규장각에서 ‘의궤’의 그림을 도맡은 화원 김홍도의 딸 ‘부용’과 친구가 되고, 훗날 ‘의궤’를 정리해낼 정약용의 제자가 되는가 하면, 당대 실학의 대가 박제가와 ‘규장각의 주인’ 정조까지 만난다.
그러나 이번에도 노빈손은 사건에 휘말려 해결사로 활약한다. ‘정조 임금 살해 음모’. 사림세력의 농간으로,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 속에서 죽어간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을 안고 왕위에 오른 정조는 붕당정치의 폐습을 없애고자 과감한 개혁정책을 편다. 천도까지 염두에 둔 화성축조와 사도세자의 현릉 참배 목적도 컸던 화성행차도 그 일환인 셈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당대 집권 노론세력은 끊임없이 정조 암살을 시도한다.
그런 뒷배경을 알리 없는 노빈손을 위해 작가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사도세자 죽음의 비밀과 붕당정치’, ‘정조 암살 음모는 누구?’ 등등 곳곳에 친절한 설명을 해놓아 이해를 돕는다. 이후로도 노빈손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활약상의 막간에 정조시대 일어난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겯들여, 가상과 현실을 넘다들며 이 시대가 ‘조선 제2의 문화부흥기’로 꼽히는 이유를 알게 한다. 예를 들어 ‘창덕궁 보고서’를 보면 정조 24년간의 치적이 일목요연하다. 궁녀 구조조정, 최초의 왕립도서관이자 박물관인 규장각 설치, 지방관 권력 강화와 토호세력 견제, 신분 타파와 서얼·중인 중용, 5군영의 정치군인 제거와 장용영 설치, 시전 독점권을 없앤 금난전권 폐지와 자유경제체제 도입…. 재미와 지식를 절묘하게 버무려 300만부 넘는 스테디셀러가 된 ‘노빈손’ 시리즈의 비결이 이번에도 잘 살아나 있다.
성이 영어로 ‘노(NO)’이니, 절대로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 우리의 노빈손, 끝내 ‘의궤’를 구해 돌아오지만 그 5년 뒤 정조는 49살 이른 나이에 ‘독살 의혹’과 ‘미완의 개혁’을 남긴 채 숨지고 만다. 때마침 안방극장에 정조의 본명을 제목으로 한 드라마 <이산>이 방영중이니, 책과 비교해봐도 좋을 듯하다. 노빈손은 “정조가 안경을 끼었고, 애연가였다”고 말했는데 과연 그런 모습으로 극에 등장할지도 궁금하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남동욱 지음·이우일 일러스트/뜨인돌·9500원 모험청년 ‘노빈손’이 성균관 특별 입학생이 됐다. ‘한국은 좁다’며 무인도나 아마존 같은 위험지대를 떠돌고, 타임머신을 타고 수억만 년의 시대를 넘다들며 지구와 우주까지 구하는 모험극을 펼치다, 이집트·중국·로마·일본 등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마침내 귀국해 한국사 탐구에 나선 것이다. 1999년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부터 시작한 노빈손의 파란만장 여행기 23번째 도착지는 200여년 전 정조시대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노빈손이 스스로 원해서 찾아간 것은 전혀 아니다. 고서적이나 벼루를 생일 선물로 받고 싶다는 ‘여친’ 말숙의 유별난 부탁 아닌 협박에 못이겨 인사동을 어슬렁거리다 ‘규장각 분점’이란 고서점에서 그만 시간의 블랙홀에 빠져 진짜 규장각에 뚝 떨어지고 만다. 그의 손에는 고서점 주인이 찾아오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 책의 제목이 적힌 쪽지 한 장이 들려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 때는 바로 1795년 을묘년 윤 2월9일, 소문난 효자인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한 ‘화성행차’를 앞두고 거국적인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니 어가행렬 수행원 1779명과 말 799필을 비롯해 모두 6천 명이 한강을 오가며 대이동을 했던 이 행차의 전 과정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아직 쓰여지지도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노빈손은 규장각에서 ‘의궤’의 그림을 도맡은 화원 김홍도의 딸 ‘부용’과 친구가 되고, 훗날 ‘의궤’를 정리해낼 정약용의 제자가 되는가 하면, 당대 실학의 대가 박제가와 ‘규장각의 주인’ 정조까지 만난다.
〈노빈손 정조대왕의 암살을 막아라〉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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