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의 거짓말〉
지은이는 하나의 전제와 선언으로 책을 관통하려 한다. ‘인간은 철저히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가 전제라면, ‘그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독성을 많이 가진 종으로 변질되고 있다’가 선언이다. 1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수많은 합성 화학물질이 햄버거 소스로, 김치찌개에 우러나는 허여멀건 조미료로, 그보다 더 자주 만나는 가공식품에, 또는 의약품에 뿌려지고 첨가되어 종국엔 체내에 흡수되는 일상이다. 아홉 살 영국 소년의 몸에서 29가지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되고,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성인과 아동 2400명의 몸속을 들여다봤더니 200가지가 넘는 유해물질, 해로울 것으로 의심되는 또다른 화학물질이 수백 가지 검출되는 게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지은이는 추적보도 기자 출신답게 온갖 연구보고서를 뒤져 추려낸 ‘사실’들로 300쪽 이상을 채워가며 앞의 전제와 선언을 집요하게 재확인해갈 뿐이다. 현재 지구상엔 10만여 종의 합성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개별적으로 무해한 물질이더라도 체내에서 2~3가지 이상으로 합성되었을 때 어떤 부정적 ‘상승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없고, 기업은 어제도 오늘도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안전’. 제목마따나 <100년 동안의 거짓말>인 것이다. 식품 함유물질의 권위자로 불리는 영국 의사 폴라 베일리 해밀턴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우리가 식인종이었다면 인육은 십중팔구 식용에 부적합해 판매금지되었을 것이다.” 대안은 없을까? 물론 책 안에 있다.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신현승 옮김/시공사·1만6000원.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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