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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편지지 가득 채운 ‘작가들 사이 교감’

등록 2007-11-02 17:24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세상이 온통 내 것처럼 느껴지거나,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다짐을 하지도 않았죠. 전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오들오들 떨었어요. 사방이 막혀 있었는데도 바람이 부는 것 같았죠.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저는 일 년 전 선배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소설가 윤성희씨가 학교 선배인 소설가 강영숙씨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접하고 기쁨보다는 두려움과 외로움이 엄습하면서, 자신보다 1년 먼저 등단한 ‘강 선배’가 1년 전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새삼 깨닫는 장면이다. 등단 무렵 문인들의 뜻밖의 스산한 심정을 선연하게 보여준다.

윤성희씨의 편지는 소설가 김다은(추계예대 문창과 교수)씨가 엮은 <작가들의 우정편지>에 들어 있다. ‘편지문학’론을 주창하고 있는 김 교수가 지난해의 <작가들의 연애편지>에 이어 두 번째로 낸 문인 편지 모음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시인과 소설가 들이 동료 문인에게 보낸 편지들이 묶였다.

아마도 소설을 쓰기 위한 듯 전화기도 꺼 놓은 채 연락 두절인 동료 소설가 조경란씨에게 쓴 권지예씨의 편지는 ‘첫 문장’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작가에게 글을 이끌어낼 첫 문장이란 어떤 운명적인 만남과 같은 것이겠지요.(…)첫 문장은 운명의 미로를 헤치고 달려갈 열정의 첫 발자국. 첫 문장은 청동갑옷 속에 갇힌 작가의 의식을 자유롭게 할 첫 단추입니다.”

책에는 이밖에도 성격과 스타일이 다른 동갑내기 소설가 해이수가 노희준에게 보낸 편지, 소설가 최수철과 함정임이 주고받은 편지, 소설가 박상우가 탄광촌 교사로 있으면서 자살을 각오하고 등단의 문을 두드리던 무렵 동료 교사 문청에게 보낸 편지,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가 1980년대에 동료 소설가 이재인에게 보낸 편지, 시인 이재무가 먼저 세상을 뜬 시인 박찬에게 보낸 편지 등이 묶였다.


책을 엮은 김 교수는 “작가들이 서로에게 보낸 편지는 때론 습작의 장이 되기도 하고 문학적 교감을 나누는 기회가 되기도 하며 창작 과정과 문학관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의 편지’ 시리즈 세 번째 권으로 <작가들이 젊음에게 보내는 편지>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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