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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친구야, 슬픔도 나누면 힘이 된대

등록 2007-11-02 19:03

〈날아오르는 호랑이처럼〉
〈날아오르는 호랑이처럼〉
읽어보아요 /
〈날아오르는 호랑이처럼〉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

개암나무·9000원

슬픔이 너무 크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 이럴 땐 마음의 문에 빗장을 지르고 슬픔이 조금씩 옅어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열두 살 소년 로브가 엄마를 잃었다. 로브는 자신이 여행 가방 같다고 상상한다.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들을 꾹꾹 눌러 넣고 닫아 버린 가방 말이다. 이것이 로브가 슬픔을 견디는 방식이다. 아빠 역시 절대로 엄마 얘기를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이들이 사는 곳은 낯선 고장의 모텔. 엄마에 대한 모든 기억으로부터 도망쳐 온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로브는 숲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가 모텔 주인이 남모르게 기르는 호랑이를 발견한다. 우리 안이긴 하지만, 불꽃 같은 눈을 번뜩이며 거만하고 당당하게 서성이는 그 모습이라니! 그 여운을 안고 학교에 가니, 시스틴이라는 여자 아이가 전학 와 있다. 로브는 자기처럼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시스틴과 친구가 된다. 때마침 교장선생님이 결정적으로 기쁜 소식을 전한다. 로브의 다리에 생긴 두드러기가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될지도 모르니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적으로 덤덤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그 짜임새는 암시적이고 보완적이다. 닫힌 여행 가방이 로브의 억압된 자의식이라면, 까닭 모를 두드러기는 몸에 아로새겨진 아픈 기억의 상처다. 로브와 달리 아빠가 없는 시스틴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날 자유를 꿈꾼다. 그러니 이 아이들이 우리에서 호랑이를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계획이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몇 번씩은 상실의 아픔을 겪게 되지만, 이 상처는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이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로브와 시스틴처럼 서로의 슬픔마저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길이 훨씬 쉬울 것 같다. 초등 전학년.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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