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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호모 사피엔스 다음 인종’ 가상 드라마

등록 2007-11-09 20:29수정 2007-11-09 21:29

〈다윈의 라디오〉
〈다윈의 라디오〉
장르소설 읽기 /

〈 다윈의 라디오〉그레그 베어 지음·최필원 옮김/시공사·1만4000원

에스에프 독자들이 각별한 흥미를 보이는 주제 중의 하나가 인류의 진화 테마이다. 단순히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상 정도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의 질적인 변화에 매혹을 느끼는 것이다. <다윈의 라디오>는 바로 인간의 진화라는 시나리오를 섬세한 세부 묘사로 직조해 낸 역작이다.

소설에서 인류 진화의 징조는 전염병과 같은 양상으로 찾아온다. 임산부들의 자연 유산을 유발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데, 연구 결과 사실은 태아가 모태 안에서 급격한 변이를 일으킨 것임이 밝혀진다. 쉽게 말해서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새로운 종’으로 진화해 버리는 것이다. 당황한 미국 정부는 모든 환자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새로운 아기’를 보호하려는 부모들은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은둔의 삶을 택한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새롭게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갖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조금씩 드러낸다.

작가가 이야기를 펼쳐가는 방식은 일반 독자들에게 익숙한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로빈 쿡 같은 바이오-메디칼 스릴러 작가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에 비해서 훨씬 전문적인 용어와 개념들이 구사된다는 점이 이 소설을 ‘하드 에스에프’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하드(hard) 에스에프란 고난도의 과학기술적 묘사에 중점을 두는 과학소설의 한 갈래를 일컫는데, 이 작품 역시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생물학 지식을 요구한다. 사실 이 점이 장점인 동시에 한계이기도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에스에프 팬들조차 소화하기 버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소설이 제기하는 가설은 상당히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DNA)에는 아직도 그 정체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인트론(intron)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다윈의 라디오>는 바로 그 부분이 활성화되어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46개가 아니라 52개의 염색체를 갖는 신종 인류가 출현한다고 가상한 것이다.

인류 진화 테마의 고전인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이나 초능력인간 ‘호모 게슈탈트’가 등장하는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 등에 비하면 장대하고 드라마틱한 맛은 떨어지지만, 차분하게 리얼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미덕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장르소설 읽기 / 박상준 〈판타스틱〉편집주간
장르소설 읽기 / 박상준 〈판타스틱〉편집주간
이 소설은 2000년에 미국 에스에프 및 판타지작가협회(SFWA)에서 수여하는 네뷸러상 최우수장편 부문을 수상했으며, 2003년에는 후속편인 <다윈의 아이들>도 출간되었다.

작가는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블러드뮤직>으로 성가를 높였는데, 이 작품 역시 나노기술과 정보이론을 결합시켜 인간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가 급격하게 이질적인 존재로 진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도리스 레싱은 <보스턴 북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에스에프에 대한 적극적인 애정을 드러내며 그레그 베어를 ‘위대한 작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레싱 본인도 에스에프를 몇 편 발표했다.

박상준/월간 <판타스틱> 편집주간 psj@fantastiq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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