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아프리카 마흔네 나라에서 모인 문인들이 11일 오후 전북 전주 시내 알프 문학관에 모여 나흘 일정의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을 마감하는 ‘전주선언’을 채택하고 있다. 사진 알프 조직위원회 제공.
알프(AALF·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전주대회 종료
전북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AALF: 알프)에 참여한 국내외 문인들은 11일 오후 5시 알프 문학관에서 ‘전주 선언’을 채택하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이 선언에서 알프 행사가 과거의 비동맹 운동과 아프리카·아시아 작가회의의 정신을 이어받았음을 명시하고, 네 항의 결의사항을 밝혔다.
‘선언’은 첫째,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작가들이 서양의 중개 없이 직접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면서 이번 만남이 앞으로 있을 무수히 많은 대화와 협력을 개시하는 사건이라는 점에 큰 의의를 부여하고 그에 대한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선언’은 이어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이 우리의 기억과 일상에 대한 서사, 인류사의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끈기있는 노력, 그리고 더 밝은 내일에 대한 꿈을 담은 귀중한 기록임을 확인하고, 이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적었다.
또 “성·인종·계급·국적·종교 등을 이유로 창조적 표현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 위협과 폭력을 가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문학을 서로의 언어로 번역하고, 훌륭한 창작자와 번역자에 수여하는 문학상을 제정하는 등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각각의 고유한 언어와 문학, 전통에 대한 존중심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선언’은 “우리는 한국의 유서 깊은 도시 전주에 모였다. 아시아 아프리카 40여개국 300여명의 작가들이 모인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은 우리에게 새삼스레 그 역사적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는 말로 시작되어 “직접 얼굴을 마주 대하고 만난 우리는 이곳에서 서로 발견하고 발견당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 모임을 통해 확인된 인간에 대한 열망과 정신을 모든 아시아·아프리카 동료 작가들께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선언’은 특히 “그동안 더욱 평등한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비동맹운동, 아프리카·아시아 작가회의 등의 열정과 정신”을 이어받았음을 밝힘으로써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서구 중심 문단의 ‘변방’으로 치부되어 온 지역의 목소리를 드높이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또한 알프의 정신에 부합하는 문학작품과 번역물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을 제정하기로 함으로써 이번 대회가 한차례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지니면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대회 기간 중 제기되었던 공통 기구 결성과 기관지 발행 등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전주 선언’의 채택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1명으로 ‘선언 작성을 위한 대표단’을 꾸려 9일과 11일 두 차례 모임을 통해 사전 문안 작성 작업을 벌이고 나머지 참가 작가들에게 사후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았다. 대표단에는 아프리카에서 코피 아니도호(가나), 베로니크 타조(코트디부아르), 티에르노 모네넴보(기니), 루이스 응코시(남아공)가, 아시아에서 파크리 살레(요르단), 마카란드 파란자페(인도), 수첸 크리스틴 림(싱가포르)이 참여했고, 한국 대표로는 소설가 황석영씨와 시인 이영진·김형수씨가 포함됐다.
전주/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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