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기윽, 디귿→디읃, 시옷→시읏’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서 의견 일치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서 의견 일치
“기역, 디귿, 시옷이 아니라 기윽, 디읃, 시읏”
남북 말글 통합의 벼리라 할 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가 상당 부분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남북이 나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 어문규범을 60여년 만에 하나로 묶는 작업이어서 의미가 깊다.
권재일 서울대 교수(언어학)는 한겨레말글연구소(소장 최인호)가 15일 연 ‘남북 단일 어문규범 얼개잡기’ 주제의 학술발표회에서 남북 학자들이 “자모 차례, 사이시옷, 품사 이름, 띄어쓰기, 형태표기 등 여덟 가지 주요 분야에서 폭넓은 의논 끝에 대체적인 얼개를 잡았다”고 밝혔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회(공동위원장 남쪽 고은 시인, 북쪽 문영호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장) 남북 단일어문규범 작성위원인 권 교수는 2005년부터 11차례에 걸쳐 북한 학자들과 이 문제를 협의해 왔다.
권 교수가 이날 발표한 글 ‘남북 단일 어문규범의 현황과 과제’를 보면, 남북 학자들은 홑자음 ‘ㄱ, ㄷ, ㅅ’의 이름을 북한 표기를 받아들여 ‘기윽, 디읃, 시읏’으로 하기로 했다. 남한에선 현재 ‘기역, 디귿, 시옷’으로 부르고 있다. 반면 ‘ㄲ ㄸ ㅆ’은 ‘쌍’이라는 남쪽 이름을 북이 받아들여 각각 ‘쌍기윽, 쌍디읃, 쌍시읏으로 하기로 했다. ‘ㄲ ㄸ ㅆ’을 북에서는 ‘된기윽, 된디읃, 된시읏’으로 불러왔다.
자음 배열 순서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북에서는 ㅇ의 위치가 자음 글자가 다 끝난 뒤 놓이나 북이 양보해 ㅅ 다음에 놓기로 했고 겹자음을 몰아서 뒤쪽에 놓은 것은 북쪽 규범을 따랐다.
이 밖에 ‘것, 바’와 같은 일반 의존명사는 남쪽 방식대로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 의존명사는 ‘한명’처럼 붙여 쓰기로 했다. 문장부호의 경우, 대화를 직접 인용하는 경우에 “ ”를, 책이나 자료의 출전을 표시할 때에는 북한의 인용표인 ≪≫를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 교수는 “의견의 일치를 본 내용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한정해 적용한다는 게 큰 원칙”이지만 “앞으로 국가기관의 어문정책에 좋은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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