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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자 1명은 남겨야 하지 않나”

등록 2007-11-25 19:37

2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수행 교수 정년기념식에서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이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김수행 교수 부인 김인자씨, 김 교수,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제공
2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김수행 교수 정년기념식에서 안병직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이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아래 왼쪽부터 김수행 교수 부인 김인자씨, 김 교수,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제공
김수행 서울대교수 정년퇴임식 하던 날
“김교수 떠나는데 후임도 못정하다니”
변형윤 교수, 경제학부 향해 쓴소리

“내년 2월 말에 김 교수가 떠나는 데 아직 후임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대단히 섭섭하다.”

22일 오후 5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에는 김수행 교수의 정년 퇴임을 기념하기 위해 200여명의 동료 교수와 학생·친지가 모였다. 저마다 그간 김 교수의 연구업적을 기리며 축하의 덕담을 나눴다. 김 교수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인사말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으면서 이런 정겨운 분위기가 서늘하게 식었다. 서울대 경제학부 유일의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인 김 교수가 퇴임하기에 이르렀는데도 후임자 선정 원칙조차 결정되지 않은 것을 질타한 것이다.

김 교수는 내년 2월 퇴임 이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 후임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서울대 경제학부(학부장 이영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년 3월께 선정 원칙을 정해 후임자를 뽑기로 했다. 이에 앞서 경제학부 인사기획위원회는 김 교수 후임자 전공을 특정하지 않고 ‘경제학 일반’으로 해서 내년 2월 이전까지 후임자를 뽑기로 결정했다. 김 교수 등 몇몇 경제학부 교수들이 이렇게 할 경우 주류경제학 전공자가 임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반발해 최종 결정을 내년 3월께로 미루기로 미봉한 것이다.

변형윤 교수
변형윤 교수
김 교수 쪽은 이 대학 학부에서만 학생 200여명이 마르크스 경제학 3개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과, 주류와 비주류 경제학을 아우르는 학문적 균형을 위해서도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가 임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33명 가운데 32명은 주류 경제학 전공자다.

변 교수는 “60년대 초 서울대 상과대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경제학부는 일반적인 미국식 경제학의 흐름에서 균형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김수행 교수 퇴임 뒤) 마르크스 경제학을 하는 사람을 2명은 아니더라도 1명은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섭섭한 마음을 거듭 나타냈다.


현재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안병직 서울대 명예 교수도 건배제의를 하면서 김 교수 후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부가 마르크스 경제학자 1명을 용인하지 못할 정도로 옹졸하지 않다”면서 김수행 교수가 “훌륭한 교수를 물색하면 채용하리라 본다”고 거들었다. 이어 그는 “마르크스 경제학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조그만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뉴라이트 운동의 선봉인 안 이사장은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으로 자신과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 등과의 거리감을 나타냈다.

그는 김 교수가 유학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떠날 때 <자본론>을 20번 이상 읽지 않으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이 김수행 교수를 공산주의자로 만들었으나 자신은 쏙 빠졌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뉴라이트 운동 이론가인 이영훈 학부장이 주관했다.

그는 후임자 임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김 교수가 서울대 학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큰 업적을 남겨 학부의 학문적 균형을 잡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수행 교수는 이날 고별연설에서 “빈곤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세계 서민들이 체제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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