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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20세기 사진역사 바꾼 ‘매그넘 60년’

등록 2007-12-06 19:42수정 2007-12-07 17:12

ⓒ  Constantine Manos/Magnum Photos
ⓒ Constantine Manos/Magnum Photos
60돌 기념 ‘매그넘 매그넘’ 발간
서로가 다른 작가 작품 골라
창립부터 69명 400여점 수록
대형 양장본 세계 동시 출간

1947년 4월 어느날, 로버트 카파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조지 로저, 데이비드 침 시모어, 빌 밴디버트 등 이미 사진들로 전설이 된 5명이 뉴욕 현대미술관 식당에 모였다. 나중에 아무도 정확한 날짜를 기억해내지 못한 그 날 세계 사진역사를 이끈 사진전문 통신사 ‘매그넘 포토스’가 탄생했다. 뒤에 에른스트 하스, 베르너 비쇼프까지 가세해 발기인은 7명. 그들은 잡지 등에서 위탁받은 일이 아니라 독립적인 작업을 보장할 자신들만의 통신사를 설립하고자 했고, 자신들의 이미지 저작권을 확보하고 싶어했다. 이후 국적도 언어도 다르고 사진에 대한 생각도 다른 60여명이 매그넘을 고향삼아 60년간 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을 찍어 남기며 20세기 사진역사를 바꿨다. 매그넘은 60년 세월 동안 예술계와 저널리즘과 르포르타주 등 모든 사진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과 평판을 유지해왔다. “매그넘 창립 이후 세계 사진의 역사는 매그넘과 운명을 같이 해왔다”는 찬사를 듣는 이유다.

ⓒ  Erich Lessing/Magnum Photos
ⓒ Erich Lessing/Magnum Photos
그 매그넘이 창립 60돌을 맞아 대형 기념사진집 <매그넘 매그넘(Magnum Magnum)>을 냈다. 영국에서 기획하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각각 인쇄와 제본을 맡아 세계 동시에 출간했다. 33×39.5㎝ 크기의 양장본 568쪽에 창립 멤버들을 비롯한 69명의 작품 400여 작품들을 담았다. 한글판은 까치가 냈다. 값은 16만원. 수록작품 선정방식이 독특하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 작품을 고르고 해설하는 방식. 사진을 찍은 사람의 약력을 싣고, 그와 그의 사진에 대한 선정자의 생각이나 추억, 간략한 해설을 옆에 따로 정리했다. 물론 사진이 중심이다. 거의 모든 매그넘 작가들 작품을 담은 이런 형식의 책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87쪽엔 1954년 5월25일 <라이프>에 기고할 사진을 찍으러 가 있던 인도차이나에서 지뢰를 밟고 산화한 로버트 카파의 일생이 간략하게 정리돼 있고 88쪽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카파의 스페인 내전 당시 작품들을 골라 실은 수전 메이슬러(59)의 글이 실려 있다. “나는 가릴 만한 것이 거의 없는 언덕 위의 참호에서 움직이던 카파를 상상할 수 있다.” 두 쪽에 펼쳐 실은 ‘이탈리아-독일군 공습 후의 마드리드. 스페인, 1936/37 겨울’이란 제목의 큼직한 사진. 바닥에 깔린 파편과 검은 외투를 걸친 두 여성의 스산한 표정까지 전해주는 대형화면이 리얼리티를 배가한다.

96쪽부터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작품들. 카르티에-브레송을 ‘카메라의 시인’이라고 했던 이브 아널드(95)가 4살 연상이던 그를 회고했다. “나는 뉴욕의 어느 봄날 저녁을 기억한다. 앙리, 존 밀리, 에른스트 하스, 잉게 모라트와 나는 어떤 모임에서 나오던 길에 커피를 마시러 갔었다. 쾌도난마식으로 사진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던 에른스트가 형태와 색채와 디자인과 예술로서의 사진을 해설하던 중이었다. 우리 모두가 듣고 있던 차에, 앙리는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이브, 우리는 기껏해야 시계공만 못할지도 몰라.” 앙리는 2004년 8월 96번째 생일을 보낸 몇 주일 뒤 세상을 떠났다.

편집자 브리지트 라르디누아는 매그넘 성공의 비결을 “기법이 아니라 인간 중시”라고 썼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까치 제공


ⓒ  Ferdinando Scianna/Magnum Photos
ⓒ Ferdinando Scianna/Magnum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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