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와 〈I, van Gogh〉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 지음·H. 안나 수 엮음·이창실 옮김/생각의나무·3만9천원 〈I, van Gogh〉
이자벨 쿨 지음·권영진 옮김/예경·5만원 국내 전시 발맞춰 나온 화집들
색·질감 살린 도판과 편지들 실어
예술세계 ·작품 이해 좋은 길잡이 그림은 직접 봐야 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인데도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심리와 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림을 보면 화집 도판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세부들이 튀어 나온다. 형태는 훨씬 입체적이고 색채는 훨씬 강렬하다. 이런 것들이 ‘현장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별로 먹을 것 없이 소문만 무성한 서양 대가들의 국내 전시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반 고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고흐야말로 도판과 현장의 감동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화가군에 속할 것이다. 그의 유화에 두텁게 발라진 물감이며 그 강렬한 색채 표현을 떠올리면 된다. 실제 그의 그림들은 주변에 걸린 다른 화가의 그림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그 특질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압도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화집에서는 이런 감동의 실감에 이를 수 없다. 밋밋한 평면 사진이 화가의 붓끝에서 일어난 온갖 조화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의나무가 펴낸 <빈센트 반 고흐>는 이런 화집의 원천적인 약점을 최대한 보완한 역작이다. 무엇보다 도판의 화질이 뛰어나다. 색과 질감을 살리기 위해 까다로운 색분해를 거친 다음 반복되는 컬러 인쇄 뒤에 본문 코팅 과정을 한번 더 거쳤다고 출판사는 설명한다. ‘반 고흐 미술관’과 정식 계약을 맺고 입수한 250여 점의 드로잉과 회화 작품 및 150여 통의 편지는 고흐의 마지막 15년의 삶과 예술을 복원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편지는 스케치가 포함된 원문 그대로를 이미지화해 실었다. 고흐 마니아라면 날것의 글씨들에서 화가의 숨결 또는 고뇌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고흐의 개별 작품과 이에 해당하는 화가의 글을 연동시켜 편집한 체계 역시 미덕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품의 창작 배경이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곤 했다. 맘에 드는 그림을 발견한 뒤 바로 그 옆에 놓인 텍스트에서 화가의 마음 속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제공받기 힘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림과 텍스트를 한 맥락에서 만나는 경험은 작품과 글에 대한 이해도를 함께 끌어올리는 구실을 한다. 고흐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해인 1889년 <생 폴 병원 환자의 초상화>를 그렸을 때 이렇게 썼다. “농부들만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가졌을 때에만 그림이나 책 따위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되는 거야. 그렇다면 난 농부들보다 못한 존재임이 분명해지지.” 가난하고 못난 자들 편에 서려 했던 이런 태도를 자각한 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그림은 이전에 비해 훨씬 깊고 풍부해 보인다. 자신의 그림을 글로 그려 보이는 묘사의 수준도 직접 가늠해볼 수 있다. 늙은 버드나무가 있는 풍경을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이런 대목에서다. “죽은 커다란 나무 뒤로 개구리밥으로 뒤덮인 연못이 있고, 철로가 교차하는 라인 철도 회사의 창고가 보이지. 더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은 건물들과 푸른 풀밭, 잿길이 있고, 구름들이 앞 다투어 달음질치는 하늘도 보여. 회색 구름들은 이따금 가장자리가 하얗게 빛나며 짙푸른 하늘 한 귀퉁이를 쏜살같이 지나간단다.” 예경 출판사도 고흐의 그림 도판 200여점과 인상적인 편지 구절을 함께 엮은 화집 을 펴냈다. 서로 비교해 감상해봐도 좋을 것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빈센트 반 고흐 지음·H. 안나 수 엮음·이창실 옮김/생각의나무·3만9천원 〈I, van Gogh〉
이자벨 쿨 지음·권영진 옮김/예경·5만원 국내 전시 발맞춰 나온 화집들
색·질감 살린 도판과 편지들 실어
예술세계 ·작품 이해 좋은 길잡이 그림은 직접 봐야 한다고 한다. 사진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인데도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떠나는 심리와 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림을 보면 화집 도판에서 눈에 들어오지 않던 세부들이 튀어 나온다. 형태는 훨씬 입체적이고 색채는 훨씬 강렬하다. 이런 것들이 ‘현장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별로 먹을 것 없이 소문만 무성한 서양 대가들의 국내 전시회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반 고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고흐야말로 도판과 현장의 감동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화가군에 속할 것이다. 그의 유화에 두텁게 발라진 물감이며 그 강렬한 색채 표현을 떠올리면 된다. 실제 그의 그림들은 주변에 걸린 다른 화가의 그림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그 특질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압도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화집에서는 이런 감동의 실감에 이를 수 없다. 밋밋한 평면 사진이 화가의 붓끝에서 일어난 온갖 조화를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의나무가 펴낸 <빈센트 반 고흐>는 이런 화집의 원천적인 약점을 최대한 보완한 역작이다. 무엇보다 도판의 화질이 뛰어나다. 색과 질감을 살리기 위해 까다로운 색분해를 거친 다음 반복되는 컬러 인쇄 뒤에 본문 코팅 과정을 한번 더 거쳤다고 출판사는 설명한다. ‘반 고흐 미술관’과 정식 계약을 맺고 입수한 250여 점의 드로잉과 회화 작품 및 150여 통의 편지는 고흐의 마지막 15년의 삶과 예술을 복원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특히 편지는 스케치가 포함된 원문 그대로를 이미지화해 실었다. 고흐 마니아라면 날것의 글씨들에서 화가의 숨결 또는 고뇌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고흐의 개별 작품과 이에 해당하는 화가의 글을 연동시켜 편집한 체계 역시 미덕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작품의 창작 배경이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곤 했다. 맘에 드는 그림을 발견한 뒤 바로 그 옆에 놓인 텍스트에서 화가의 마음 속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제공받기 힘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그림과 텍스트를 한 맥락에서 만나는 경험은 작품과 글에 대한 이해도를 함께 끌어올리는 구실을 한다. 고흐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해인 1889년 <생 폴 병원 환자의 초상화>를 그렸을 때 이렇게 썼다. “농부들만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가졌을 때에만 그림이나 책 따위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되는 거야. 그렇다면 난 농부들보다 못한 존재임이 분명해지지.” 가난하고 못난 자들 편에 서려 했던 이런 태도를 자각한 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그림은 이전에 비해 훨씬 깊고 풍부해 보인다. 자신의 그림을 글로 그려 보이는 묘사의 수준도 직접 가늠해볼 수 있다. 늙은 버드나무가 있는 풍경을 그린 그림을 설명하는 이런 대목에서다. “죽은 커다란 나무 뒤로 개구리밥으로 뒤덮인 연못이 있고, 철로가 교차하는 라인 철도 회사의 창고가 보이지. 더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검은 건물들과 푸른 풀밭, 잿길이 있고, 구름들이 앞 다투어 달음질치는 하늘도 보여. 회색 구름들은 이따금 가장자리가 하얗게 빛나며 짙푸른 하늘 한 귀퉁이를 쏜살같이 지나간단다.” 예경 출판사도 고흐의 그림 도판 200여점과 인상적인 편지 구절을 함께 엮은 화집 을 펴냈다. 서로 비교해 감상해봐도 좋을 것이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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