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20년’ 돌아보고 ‘신자유주의’ 대안 모색
다시 보는 ‘2007 학술계’
올해는 6월 항쟁 20년을 맞은 해이며 대선을 치른 해이다. 연초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무한 질주에 대한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연말 대선에서는 10년만에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으로 권력이 넘어갔다.
민주화 20년과 지난 10년 중도개혁 정권에 대한 평가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올 한해 진보 학술계에서도 최대 화두였다.
민주화 20년-10년 정부 평가
민주화 둘러싼 엇갈린 진단과
진보개혁 위기 논쟁 통해
‘87년 체제’ 평가 극복 일단락 6월 항쟁 20년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정하게 진전되어 온 절차적 민주화의 성취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견해가 맞섰다.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의미하는 실질적 민주화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시각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도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한 요건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런 시각차는 지난 10년 중도개혁 정부의 공과 평가에서도 반영됐다. 남북 평화공존의 토대를 마련하고 권위주의 청산과 복지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뤄낸 점은 긍정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시장만능주의로 나아간 점은 부정론의 토대가 됐다. 올 초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사이의 ‘진보 개혁의 위기 진단’을 둘러싼 이른바 ‘진보 논쟁’도 이런 평가 투쟁의 범주에서 아우를만하다. 최 교수는 정당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조 교수와 손 교수는 각각 사회운동의 급진화 실패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이런 진단의 차이는 정당민주주의(최 교수)와 사회운동의 급진화(조 교수), 반신자유주의 전선 구축(손 교수)으로 진보세력의 당면 과제를 분기시켰다. 이런 평가 논쟁과 관련, 계간 <황해문화> 주간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민주주의와 분단 극복에 매달리면서 신자유주의라는 훨씬 큰 문제를 놓친 것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자유주의라는 의제가 선명히 도드라지는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 논쟁으로 ‘87년 체제’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대표되는 ‘97년 체제’에 더 빠르게 대응했어야 했다는 문제의식이 퍼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계간 <비평> 편집주간인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20년의 평가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맞물리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노 정부에 대한 거의 일방적 매도로 이어지면서 87년 체제에 대한 결산이 성공적인 정치적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의 평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과도 맞물리는 과제다. 올 한해는 진보학계가 신자유주의 대안 찾기라는 목표를 향해 각개약진했던 해로 기억될 만하다. 이달 민노당 정책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가 자본통제와 사회적 연대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국가 모델을 내놓았다. 민간 두뇌집단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편적 복지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선 복지확충, 후 증세를 뼈대로 하는 복지국가혁명론을 내놓았다. 이밖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의 생태평화사회민주주의국가론과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의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과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내세운 사회투자국가론도 주목을 받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극복
사회국가모델·복지국가혁명론…
진보계, 대안 찾아 각개약진
민족주의 유효성 논의도 불붙어 이와 관련,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제 대안이 있는지 논의는 넓게 됐는데 본격적인 논쟁으로 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대안 찾기는 초점을 맞춰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족주의의 유효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진 것도 의미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명인 주간은 <한겨레> 지면에서 최근 연재된 민족주의 논쟁 등을 거론하며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족주의는 해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흩어진 개인을 선호한다”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국가나 민족 단위의 집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간 <역사비평> 편집주간인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우리 역사학계는) 근대와 탈근대, 민족과 탈민족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아직 이를 뛰어넘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극단을 어떻게 뛰어 넘을지를 넣고 내년 역사학계의 논의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도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재벌개혁론을 펼친 <한국경제 새판짜기>가 출간되면서 재벌정책의 방향 논쟁이 심화된 것도 눈에 띈다. 또 한국서양사학회를 중심으로 ‘유럽중심주의’ 극복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오간 것도 소득으로 꼽힌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민주화 둘러싼 엇갈린 진단과
진보개혁 위기 논쟁 통해
‘87년 체제’ 평가 극복 일단락 6월 항쟁 20년에 대한 평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정하게 진전되어 온 절차적 민주화의 성취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견해가 맞섰다.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의미하는 실질적 민주화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시각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도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한 요건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이런 시각차는 지난 10년 중도개혁 정부의 공과 평가에서도 반영됐다. 남북 평화공존의 토대를 마련하고 권위주의 청산과 복지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뤄낸 점은 긍정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시장만능주의로 나아간 점은 부정론의 토대가 됐다. 올 초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사이의 ‘진보 개혁의 위기 진단’을 둘러싼 이른바 ‘진보 논쟁’도 이런 평가 투쟁의 범주에서 아우를만하다. 최 교수는 정당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조 교수와 손 교수는 각각 사회운동의 급진화 실패와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이런 진단의 차이는 정당민주주의(최 교수)와 사회운동의 급진화(조 교수), 반신자유주의 전선 구축(손 교수)으로 진보세력의 당면 과제를 분기시켰다. 이런 평가 논쟁과 관련, 계간 <황해문화> 주간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민주주의와 분단 극복에 매달리면서 신자유주의라는 훨씬 큰 문제를 놓친 것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신자유주의라는 의제가 선명히 도드라지는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 논쟁으로 ‘87년 체제’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대표되는 ‘97년 체제’에 더 빠르게 대응했어야 했다는 문제의식이 퍼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계간 <비평> 편집주간인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 20년의 평가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맞물리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노 정부에 대한 거의 일방적 매도로 이어지면서 87년 체제에 대한 결산이 성공적인 정치적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의 평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과도 맞물리는 과제다. 올 한해는 진보학계가 신자유주의 대안 찾기라는 목표를 향해 각개약진했던 해로 기억될 만하다. 이달 민노당 정책연구소인 진보정치연구소가 자본통제와 사회적 연대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국가 모델을 내놓았다. 민간 두뇌집단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편적 복지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선 복지확충, 후 증세를 뼈대로 하는 복지국가혁명론을 내놓았다. 이밖에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의 생태평화사회민주주의국가론과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의 노동중심 통일경제연방론과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내세운 사회투자국가론도 주목을 받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극복
사회국가모델·복지국가혁명론…
진보계, 대안 찾아 각개약진
민족주의 유효성 논의도 불붙어 이와 관련,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제 대안이 있는지 논의는 넓게 됐는데 본격적인 논쟁으로 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대안 찾기는 초점을 맞춰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족주의의 유효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펼쳐진 것도 의미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김명인 주간은 <한겨레> 지면에서 최근 연재된 민족주의 논쟁 등을 거론하며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족주의는 해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흩어진 개인을 선호한다”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도) 국가나 민족 단위의 집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간 <역사비평> 편집주간인 김성보 연세대 교수는 “(우리 역사학계는) 근대와 탈근대, 민족과 탈민족의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아직 이를 뛰어넘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양극단을 어떻게 뛰어 넘을지를 넣고 내년 역사학계의 논의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도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재벌개혁론을 펼친 <한국경제 새판짜기>가 출간되면서 재벌정책의 방향 논쟁이 심화된 것도 눈에 띈다. 또 한국서양사학회를 중심으로 ‘유럽중심주의’ 극복을 위한 활발한 논의가 오간 것도 소득으로 꼽힌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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