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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보와 중도’ 따로 가나 같이 가나

등록 2008-01-07 21:33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대선평가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제공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대선평가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제공
대선평가포럼서 뜨거운 논쟁
이념적 편차 심해 연대 불가능
상호논쟁 통해 자연적 분화로
세력 결합 온건개혁 노선으로
개인주 시대 욕구 부응해야

신자유주의 전면화가 예상되는 이명박 정부에서 진보와 중도개혁 세력은 어떤 좌표설정을 해야 하는가? 제갈길인가 아니면 같은 길인가? 이는 민주화 이후 민주개혁세력 내부에서 이어져 온 논쟁점이기도 하다. 현실정치적으로는 ‘민주대연합론’에 대한 시각차로 표출됐다.

지난 4일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연 대선평가포럼 ‘2007년 17대 대선 그 이후-대한민국, 어디로 가나?’는 이 논쟁이 앞으로 더욱 뜨거워질 것임을 예감케하는 자리였다. 새 정부의 성격 규정 등 여러 논점 가운데 특히 이 사안에 대한 토론이 가장 활발히 펼쳐졌다.

제갈길을 가야 한다는 쪽은 ‘중도개혁’ 세력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광일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부관장은 “중도리버럴은 신자유주의에 동의하는 세력”이라면서 어떻게 “싸잡아 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급진민주주의자는 신자유주의와 타협하지 않는다”면서 중도와 진보의 연대는 모순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역시 “지난 10년 민중은 자유주의 진영에 10년 권력을 쥐어 주었”으나 그 결과는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귀결됐다면서, “자유주의 세력의 역사와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출판사 주간도 “진보개혁 세력이 뭉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항하기에는 이념적 편차가 심하다”면서 “온건개혁과 진보세력이 시장과 국가 등에 대해 논쟁하면서 자연적인 분화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다만 중도개혁 세력의 현실적 역할은 부인하지 않았다. 박 주간은 분단 상황에서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급진개혁은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 한동안 온건개혁세력은 공정경쟁이라는 자유주의의 전통적 미덕으로 한국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며 진보정당은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해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와 진보를 아우르는 진보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의 말뜻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서구 산업화 시대의 계급과 노동, 제3세계의 민주화 운동이 그동안 진보의 준별점이었으나 탈산업화, 개인주의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 한국 사회에서는 과거식 진보 개념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과 부동산, 주택 등 개인의 욕구가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진보는 이런 개인주의 시대의 욕구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에서 유럽과 같은 이념형 정당체제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면서 우리 현실에서는 민주적 자유주의 세력에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결합하는 온건개혁 노선이 맞다고 지적했다.

박순성 참여연대 운영위원장도 진보개혁 진영의 용도폐기론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우선 진보라는 가치가 단일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양해지면서 진보적 가치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또 중도와 진보의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는 자유와 평등도 상호대립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의 확장이 평등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가 중도와 진보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중도리버럴과 진보의 문제는 “특수한 역사적 국면 속에서 구현되는 관계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1987년 이전 반독재 민주화로 연합한 중도리버럴과 진보 세력은 현재 분화 경로를 밟고 있다. 또 참여정부 집권 5년 동안 중도리버럴의 자기기반에 균열이 생기면서 이 세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본다. 그는 “문국현 공간이라 부를 수 있는 중도리버럴의 공간이 현재 무주공산의 영역이 되어 있다”면서 좌파도 우파의 공간이라고 뒷짐져서는 안되며 자기 혁신을 통해 이 영역을 차지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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