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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폐해 클수록 국가 필요”-“국민국가는 극복돼야 할 현실”

등록 2008-01-09 19:38수정 2008-01-09 19:50

폴란드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자국이 유럽의 국경개방 협약인 솅겐 조약 가입국이 된 것을 기념해 독일과의 사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국경용 철선 장벽을 절단하고 있다. 비판사회학회가 11~12일 여는 학술대회는 지구화 시대에 국가가 갖는 함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알벡/AP 연합
폴란드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자국이 유럽의 국경개방 협약인 솅겐 조약 가입국이 된 것을 기념해 독일과의 사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국경용 철선 장벽을 절단하고 있다. 비판사회학회가 11~12일 여는 학술대회는 지구화 시대에 국가가 갖는 함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알벡/AP 연합
‘지구화 시대-탈국가적 상상력’ 학술심포
“세계화 광폭성 제어할 좋은 애국주의 만들어야”
“개별국가 존중하면서 집단적 삶 보편성 찾아야”

지구화 시대가 국가에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국경을 넘는 자본의 질주는 이미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이 갖는 유효성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국민국가의 독자적 주권 행사는 국민국가적 경계를 벗어난 아래로부터의 전지구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와 같은 학자는 아예 주권이 일국적 수준을 넘어 전지구적 수준에서 구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견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화 시대에 국경을 넘는 상호연계성이 증대되면서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형성된 근대 국민국가 체제가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고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비판사회학회가 오는 11~12일 숙명여대 사회교육관 5층에서 여는 학술심포지움 “지구화 시대 ‘탈국가적 상상력’-탈민족주의, 탈국가주의?”는 이런 흐름에 대한 국내 사회학계의 응답이다. △지구화시대 탈민족주의/탈국가주의 이론과 사상 △지구화시대 구조변화와 탈국가적 상상력 △지구화시대 민주주의의 새로운 쟁점들 △지구화시대 탈국가적 상상력과 전략이라는 4가지 대주제 아래 모두 16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글 ‘세계주의와 애국주의’에서 “탈국가적 상상력이란 무국적 상상력이나 반국적(反國的) 상상력이라기보다는 국제적 상상력 혹은 초국적 상상력일 것”이라고 밝혔다. 애국주의는 폐기할 것이 아니라 그것의 극단을 민주주의와 국제주의를 통해 끊임없이 견제해 좋은 애국주의로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화로 인한 폐해에 주목할수록 세계화의 광폭성을 제어할 수 있는 좋은 애국주의의 필요성은 증대된다”고 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세계주의라는 보편 추구가 인류에게 이익만을 준 것은 아니다. 30년 종교전쟁(1618~1648)이 단적인 보기다. 프로테스탄트적 표준과 가톨릭적 표준의 충돌인 이 전쟁은 보편적 세계관의 광기 표출이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쟁 뒤 세워진 베스트팔렌 평화체제는 이런 광기를 제어하기 위한 국가 이성의 위대한 발명품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의 천자적 표준과 일본의 천황적 표준도 단순히 애국주의적 차원에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와 민족들을 복속시키기 위한 이념적 기제로서의 세계주의적 경향을 지녔다고 그는 해석했다.

그는 국가를 우회하는 세계시민주의가 만능이 될 수 없음을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애국주의를 표상하는 ‘야스쿠니신사파’와 대립하고 있는 ‘히로시마평화공원파’의 세계주의는 국가적 사죄를 회피하기 위한 탈출구로 기능하면서 좋은 애국주의의 발전을 회피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주의를 표방하면서 인근 국가들과의 문제를 회피하는 일본인, 그리고 과거의 나쁜 애국주의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한 일본인 사이에 사죄의 주체로서 국가를 설정하고자 하는 좋은 애국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제도로서의 국가는 세계주의라는 바다로 흘러가기 이전의 소담한 연못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국제주의(제국주의의 반대 개념)의 견제를 통해 이 연못을 열린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형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도 지구화 시대 국가의 역할을 확고히 받아들였다. 그는 글 ‘지구화 시대의 국가변화와 탈국가적 상상력’에서 “지구화에 따라 국민국가체제에서도 탈국가적 경향은 나타나지만 이러한 경향은 현실적으로 제국주의와 자본의 논리 지배 아래 있다”고 했다. 따라서 당장 국가 없는 민주주의, 시민권, 집단적 의사결정 및 집행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탈국가론자인 임지현 교수는 글 ‘아래로부터의 지구화와 탈민족적 상상력’에서 상이한 시각을 보였다. 그는 중국에서 발원하는 중금속 황사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의 예를 들며, “근대적 국제질서를 규정하는 국가주권의 원칙은 더는 신성불가침의 보편원리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신성불가침의 국가주권론과 혹은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면서 내세운 ‘제한주권론’의 대안적 개념으로 ‘간주권’(inter-sovereignty)론을 제시했다. “‘제한주권론’이 제국의 논리라고 해서, 그에 대한 조건반사로서 ‘국가주권’의 신성불가침성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개별국가가 갖는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그 개별성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차하는 ‘간주권’의 장에서 집단적 삶의 보편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교수는 ‘간주권’은 국민국가 체제를 부동의 현실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현실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근대 국민국가 체제의 틀 속에 포박되어 있는 우리의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희망했다. (02)3148-6220.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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