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환경과 생명’…노동운동 ‘녹색화’·환경 ‘대중화’로 가
계간 ‘환경과 생명’…노동운동 ‘녹색화’·환경 ‘대중화’로 가
노동과 환경은 우리 사회 진보적 가치의 중심축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두 세력은 나란히 시련을 겪었다. ‘노동자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참패했다. 환경 이슈는 실종됐다. 대운하 건설과 같은 개발주의 공약만 난무했다. 친환경 이미지의 문국현 후보조차 환경을 대선 의제로 내세우지 않았다.
노동과 환경 운동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까? 계간 〈환경과 생명〉 겨울호는 ‘위기의 녹색희망, 돌파구는 없는가?’ 특집을 통해 이 문제를 주요하게 짚었다.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는 글 ‘사회운동의 전환, 적-녹 연대로부터’에서 지금이야말로 노동운동과 환경생태운동은 각각의 근본주의를 성찰하면서 근본에서부터 다시 적녹 연대를 기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한국 노동운동이 환경운동과 선을 긋게 된 데는 1990년대 들어 산별 전환이 지체되면서 기업별 노조의 틀에 갇히게 된 탓이 크다. 그는 극단의 예를 들었다. 산별 체제인 전교조는 설립 초기부터 교과위원회가 환경생태운동과 긴밀히 연대하면서 공해 공동 교육 등 녹색 운동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반면 기업별 노조는 조합원의 현실적 이해관계에 따라 환경운동에 각을 세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았다. 새만금공사 반대 운동에 적대 행위를 해온 농업기반공사 노동조합이나 새만금 공사 강행을 찬성한 전북공무원노조연맹이 그 보기라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이런 차이를 조합의 성격에서 찾았다. 산별노조는 사회조직의 성격을 띠고 있어 환경과 같은 사회개혁적 가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한국 노동조합은 산별노조 시대로 전환할 시기에 있다며 사회의 각종 주요 의제와 직접 대면하는 사회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을 띠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본다. 이런 산업별 노동운동의 첫째 과제로 “1990년대 들어 멈춰 버린 노동운동의 녹색화”가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운동에도 적-녹 연대의 기획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최근 환경운동 조직들은 회원 수 감소, 새만금과 천성산, 방폐장 투쟁의 실패 등등 그동안 급격하게 이루어온 성장이 남긴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운동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환경운동이 이제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가장 밑바닥 축인 노동자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개발과 진보, 성장과 시장 경제, 세계화라는 미망 속에 갇혀 있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운동과 만날 때 환경운동의 질적인 비약도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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