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우석훈 지음/생각의 나무·1만1000원 나는 그가 생태학자나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는 경제학자였다. 내가 처음 읽은 그의 책인 이 책은 내 맘에 쏙 든다. 꽤 괜찮다. 그런데도 나는 꼬질꼬질하게 사소한 편집 실수부터 지적한다. “유태인”(40쪽, 111쪽)은 유대인으로 표기를 통일한 지 좀 되었고, 머리말의 “1945년 건국한”에서 건국이라는 표현은 논란을 부른다. 사실, 연도도 잘못되었다. 〈한겨레〉 새해 첫 날치 ‘정부수립 60돌 평가’를 둘러싼 학계 논쟁을 예고한 기사에서, 나는 “분단정부 수립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는 ‘좌편향 국사학자’의 견해에 동조한다. 나는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 중 한 분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는 ‘피식’ 웃고 만다. “해방과 건국 당시 이 나라는 무질서와 굶주림 그리고 배움의 부재로 국제사회의 경멸의 대상이었다.” 아예 관심조차 없지 않았나? 기자가 간접 인용한, 지금은 세계적으로 큰소리치고 있다는 말은 더 우습다. 대한민국의 대외 이미지가 그리 많이 좋아졌나? 그는 아니라고 한다. 한때 황우석 박사가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을 두고 전세계가 한국인을 “똑똑한 민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야만스러운 국민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이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아무튼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아는 것도 참 많다. 그것을 쉽게 풀어주기까지 한다. 인생의 4분의 1을 외국에서 지냈어도 우리말을 버무리는 솜씨가 녹록잖다. (앗, 이 양반 한때는 시인이었다?) 박노자가 따로 없다. 더구나 글투가 시원하고 씩씩하기까지 하다. 신문과 잡지에 썼던 글들이 명랑하다기보다는 약간 무겁게 느껴진다. 거침없는 인물평은 카타르시스와 함께 걱정도 든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려나. 그리고 한 가지 점 말고는 그의 의견에 별다른 이의가 없다. 나는 그래도 제법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진짜 힘든 사람들의 호소는 씨알도 안 먹힌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 때를 봐서 정치 일선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라 그가 품고 있는 작은 소망과 비슷한 바람이 하나 있다. 일개 유권자로서 합법정당인 ‘꼼빠띠’의 당원으로 당비를 꼬박꼬박 내고 싶다. 나는 내가 꿈꾸는 정당의 명칭을 분명히 밝힐 용기는 부족하다.
하지만 당명에 “노동”이 들어간 정당에 대한 불신은 감추지 않겠다. 여기나 저기나 다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는 요즘 집필 활동이 활발한 우석훈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의 책을 전부 읽을 의욕이 생겼다.
뱀 다리 하나. 나하고 성씨는 다르지만 이름은 같은 영화평론가가 이 책의 발문을 썼다. 백수 시절,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아내의 친구가 나를 정성일 선생으로 착각했다. 당시 글을 써서 번 돈이라곤 〈창작과비평〉에 독자투고가 실려 받은 게 고작이었고,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게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다. 아내 친구의 착각 덕분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최성일 출판칼럼니스트
우석훈 지음/생각의 나무·1만1000원 나는 그가 생태학자나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그는 경제학자였다. 내가 처음 읽은 그의 책인 이 책은 내 맘에 쏙 든다. 꽤 괜찮다. 그런데도 나는 꼬질꼬질하게 사소한 편집 실수부터 지적한다. “유태인”(40쪽, 111쪽)은 유대인으로 표기를 통일한 지 좀 되었고, 머리말의 “1945년 건국한”에서 건국이라는 표현은 논란을 부른다. 사실, 연도도 잘못되었다. 〈한겨레〉 새해 첫 날치 ‘정부수립 60돌 평가’를 둘러싼 학계 논쟁을 예고한 기사에서, 나는 “분단정부 수립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는 ‘좌편향 국사학자’의 견해에 동조한다. 나는 ‘건국 60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 중 한 분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는 ‘피식’ 웃고 만다. “해방과 건국 당시 이 나라는 무질서와 굶주림 그리고 배움의 부재로 국제사회의 경멸의 대상이었다.” 아예 관심조차 없지 않았나? 기자가 간접 인용한, 지금은 세계적으로 큰소리치고 있다는 말은 더 우습다. 대한민국의 대외 이미지가 그리 많이 좋아졌나? 그는 아니라고 한다. 한때 황우석 박사가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을 두고 전세계가 한국인을 “똑똑한 민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야만스러운 국민으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이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아무튼 나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아는 것도 참 많다. 그것을 쉽게 풀어주기까지 한다. 인생의 4분의 1을 외국에서 지냈어도 우리말을 버무리는 솜씨가 녹록잖다. (앗, 이 양반 한때는 시인이었다?) 박노자가 따로 없다. 더구나 글투가 시원하고 씩씩하기까지 하다. 신문과 잡지에 썼던 글들이 명랑하다기보다는 약간 무겁게 느껴진다. 거침없는 인물평은 카타르시스와 함께 걱정도 든다. 저러다 다치면 어쩌려나. 그리고 한 가지 점 말고는 그의 의견에 별다른 이의가 없다. 나는 그래도 제법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진짜 힘든 사람들의 호소는 씨알도 안 먹힌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 때를 봐서 정치 일선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라 그가 품고 있는 작은 소망과 비슷한 바람이 하나 있다. 일개 유권자로서 합법정당인 ‘꼼빠띠’의 당원으로 당비를 꼬박꼬박 내고 싶다. 나는 내가 꿈꾸는 정당의 명칭을 분명히 밝힐 용기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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