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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잘 안다는 착각이 잘못된 투자 불러

등록 2008-01-18 19:42

〈머니 앤드 브레인〉
〈머니 앤드 브레인〉
정재승의 책으로 만난 과학/

〈머니 앤드 브레인〉
제이슨 츠바이크 지음·오성환 옮김/까치

상장된 벤처회사나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자사의 주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애사심의 표현’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회사에 비해 재정이나 수익상태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서, 언제 사고팔아야 할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이론에 따르면, 자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회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의 에너지기업인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파산하게 됐을 때 엔론의 직원들은 직장을 잃었을 뿐 아니라 퇴직기금도 잃게 됐다. 그들은 퇴직저축의 60%를 자사 주식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포천〉 선정 7대 기업에 속했던 엔론이 하루아침에 파산하고 주식이 폭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축과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투자를 한다면, 내가 다니는 회사 주식엔 절대 투자해선 안 된다.

그러나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그토록 위험하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다른 회사 역시 엔론처럼 하루아침에 파산할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것 아닌가?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반론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 하나가 포함돼 있다. 바로 ‘우리 회사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 주식을 팔아야 할지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우리가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동안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연구하는 ‘신경경제학’에 따르면, 우리는 가장 친숙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홈 바이어스’(Home bias)에 걸려 있다고 한다. 신경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주식투자자들의 어리석은 행위를 날카롭게 꼬집은 츠바이크의 〈머니 앤드 브레인〉에 따르면, 우리는 내 것을 가장 좋은 것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어 자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히려 제때 빠져나오지 못한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 회사 주식을 샀습니까?’라고 물으면, 많은 경우 엉뚱하게도 ‘우리 집 근처에 회사가 있는데 건물이 좋아 보여서’ ‘내가 자주 애용하는 회사라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투자자의 입에서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이 나오는 것이 오늘날 주식시장의 현실이다.


정재승의 책으로 만난 과학
정재승의 책으로 만난 과학
내 것은 무조건 안전하며 좋다고 느끼는 심리를 츠바이크는 ‘아주 더러운 예’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깨끗한 컵에 침을 뱉은 뒤 다섯까지 세고 나서 다시 그 침을 마시라고 하면, 내 침인데도 구역질이 난다. 불과 몇 센티미터 차이로 내 몸의 것과 아닌 것 사이에 이토록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만약 당신이 자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당장 팔아라. 당신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이다. 가족의 미래를 위해 ‘평가가 좋은 다른 회사’에 투자하라.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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