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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통한 역사쓰기’ 연구소 출범

등록 2008-02-03 19:58수정 2008-02-03 23:17

‘구술 통한 역사쓰기’ 과제 한국구술사 연구소 첫 출범
‘구술 통한 역사쓰기’ 과제 한국구술사 연구소 첫 출범
“채록 단계서 한발 나아가야”
교육·네트워킹 작업 준비
한국구술사연구소가 1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 분야로는 국내 최초의 연구단체다.

이 땅에서 구술사 연구는 1980년대 초 한창기 전 <뿌리깊은 나무> 발행인이 펴낸 민중자서전으로 시작됐다. 2000년대에 와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에서 구술채록에 나섰다.

“현재 구술채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구술사를 아래로부터의 역사쓰기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이 단체 소장을 맡은 윤택림 영남대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연구교수(사진 왼쪽)가 밝힌 발족 취지다.

인류학이나 현대사를 전공한 연구자들이 연구소 개설에 나선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구술채록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구술채록자들이) 구술 자체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합니다.”(윤 소장) 자료가 사료로 쓰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구술채록을 위한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개소와 함께 구술채록사 과정을 개설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인류학 전공인 윤 소장을 포함, 참여 연구진들은 모두 구술채록 전문가이다. 윤 소장만 해도 1990년 1년 동안 충남 예산군의 한 마을 노인 6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쓴 논문으로 미 미네소타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주화 이후 지난 어두운 역사의 진상을 밝히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구술채록은 더욱 낯익은 개념이 됐다. 윤 소장은 국내 구술채록의 70% 이상이 진상규명과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문화사를 구술을 통해 정리하는 작업도 늘고 있다고 했다.

“구술사를 지역별로 살피면 미국은 구술채록에 비중을 두는 반면, 유럽은 역사쓰기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아래로터의 역사쓰기’로 구술사를 이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구술채록에 머물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구술채록의 대상 인물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해야 한다는 긴급성 때문에 채록만 열심히 하고 있죠.”


그는 이 단체를 ‘구술을 통한 역사쓰기’란 과제를 실현하는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역사학회는 구술사를 역사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술사로 박사논문도 쓰지 못하는 실정이죠.” 연구소에서 학술적 논의의 장을 마련해 세미나도 열고 이론적 방법론적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학회도 만들 생각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제대로 된 구술 역사쓰기의 성과물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술은 기술이 없는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 뿐만 아니라 기록을 남길 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남기는 작업으로서 역사의 민주화에도 기여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윤 소장은 또 지금까지 각계 전투식으로 이뤄져온 구술채록 담당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네트워킹 작업도 절실한 과제라고 했다. 구술자료관을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목표다. “구술자료가 사료가 되기 위해서는 한 공간에 모으고 디지털 형태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연구소에는 윤형숙 목포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함한희 전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 유철인 제주대 철학과 교수,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 허영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이용기 서울대 국사학과 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자리잡았다. (02)521-3471.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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