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교수,
서울 온 ‘국제정치 석학’ 조지프 나이 교수, ‘스마트 파워’ 강조
“이제 미국은 공포심보다는 희망을 수출해야 할 때가 왔다.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이런 대외정책을 최우선 의제로 삼아야 한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난 12일 “9·11의 충격 탓에 미국은 공포와 분노를 세계에 수출해 왔고, (조지 부시 행정부 시기) 미국의 외교정책은 과잉군사화했다”고 비판하며, 이렇게 권고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보다는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의 아이콘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 파워:세계 정치에서 성공하는 방법> 등의 저서를 통해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오른 나이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등의 초청으로 방한해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스마트 파워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 및 문답에서 ‘하드 파워’(군사력 등 경성권력)와 ‘소프트 파워’(연성권력)를 하나로 묶는 전략을 짜는 능력을 뜻하는 ‘스마트 파워’로 미국이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이 대포로 무너진 것이 아니듯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군사력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폭력을 일삼는 일부 극단적 무슬림’을 제외한 다수 주류 무슬림의 마음을 얻어야 진정한 승리가 가능한데, 이에는 ‘소프트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이나 알카에다와 상대하는 일은 결국 군사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나 인권은 소프트 파워로만 달성 가능하다.”
그에게 ‘소프트 파워’란 고정된 물리적 실체가 아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얻는 행태’와 관련된 분석적 개념이다. 이를테면 같은 경제력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원조를 끊겠다’고 압박하면 ‘하드 파워’이고, 국제개발원조 등 경제적 도움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다면 소프트 파워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카터 및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유력한 ‘자유주의적 신자유주의자’다. 그는 “김정일이 할리우드 영화를 즐겨본다고 해서 이 점이 그의 핵정책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곤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라는 하드 파워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를 이룬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북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립적인 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아랍권에서 이미지를 개선하며 영향력을 높인 카타르나, 국내총생산(GDP)의 1% 남짓을 국제개발원조에 쏟아붓는 노르웨이 등을 소국이면서도 소프트 파워가 강한 나라로 꼽았다. 그리곤 한국도 소프트 파워를 강화해야 동아시아를 넘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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