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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술 블랙홀’ 뉴욕의 명작 순례

등록 2008-02-15 20:49

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 이른 아침’. 학고재 제공.
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 이른 아침’. 학고재 제공.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
이주헌 지음/학고재·1만6500원

전세계 미술소비 1등 도시 뉴욕
미술관 5곳 선정해 작품과 역사 살펴
보편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 해설 일품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미술 전문기자인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로스앤젤레스가 미국 미술 생산의 중심이라면 뉴욕은 미술 소비의 중심이라고 쓴 바 있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활발한 예술 창작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겠지만, 이는 미술에서 뉴욕이 표상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는 문구이기도 하다.

미술을 소비하려면 뉴욕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미술의 거의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오스트리아의 미술관으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유대교 할머니에게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5점이 반환된 바 있다. 이 그림이 시장에 나왔을 때 세계 각국 미술관이 군침을 삼켰다. 하지만 게임은 싱겁게 끝났다. 뉴욕의 조그만 미술관인 누에 미술관에 이 그림이 팔린 것이다. 경매가는 무려 1250억 원에 이르렀다.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은 서부에서 최초로 클림트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의 영광을 누리고 싶었지만 뉴욕의 돈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뉴욕의 군소 미술관 앞에 전 세계의 쟁쟁한 미술관이 나가 떨어지는 현실은 왜 뉴욕이 미술 소비의 중심인지를 잘 보여준다. 동시대 미술 애호가들이 보고 싶어하는 미술품들이 가장 집약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이 도시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의 뉴욕 미술관 안내서인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은 미술 소비의 중심지로서 뉴욕의 진면목을 명확히 보여준다.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릭 컬렉션까지 모두 5군데로 한정해 이 미술관들의 주요 작품에 얽힌 내력을 풀어냈다. 라파엘로·렘브란트·샤갈·고흐 등 우리 귀에 너무도 익숙한 대가들의 대표작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
〈현대미술의 심장 뉴욕 미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1870년 처음으로 문을 열었을 때 소장품은 고대 로마의 석관 하나와 회화 174점이 전부였다고 했다. 지금은 200만 점 이상이다. 모네 작품만 무려 37점, 세잔 21점, 렘브란트 8점 그리고 희소성 때문에 그 가치를 더 인정받는 베르메르 작품도 5점이나 있다. 이런 변신에는 특별한 내력이 있지 않다. 수많은 수집가들의 기증과 유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고 부자 나라 부자들의 관대함, 그리고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열망이 그 토대였던 것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다섯 미술관의 주요작품들을 르네상스 이후 서양 미술의 양식 변화와 미국 미술의 변천이라는 틀에 맞춰 분류하고 여기에 쉽고 친절한 설명을 붙였다. 이 시기 주요작가의 대표작들은 거의 망라되어 있기 때문에 서양과 미국 미술사의 고갱이를 빠른 속도로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다소 생소한 미국 미술에 대한 쉽고 친절한 설명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지은이는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리얼리즘 경향이 두드러졌던 미국 미술이 전후 모더니즘 계열로 급격히 이동한 데는 옛 소련과의 체제경쟁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옛 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맞서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한 순수 예술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추상표현주의를 지원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평이하면서도 보편적 언어로 작품의 본질을 천착하는 지은이의 글 내공도 여전하다. 이런 대목에서다. “예각의 빛과 이런 공허한 공간이 만나면 관객은 저도 모르게 외롭고 쓸쓸한 기분에 젖게 된다.”(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 이른 아침>에 대한 해설) 호퍼가 빛의 표정과 건물을 변형시켜 소외의 정서를 두드러지게 나타냈음을 알려주고 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학고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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