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멘젤
지은이와 함께 /
“우리가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한 2000년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음식을 과잉 섭취하는 인구가 결핍 인구만큼이나 많아졌습니다. 인류는 현재 (생산력의) 정점에 도달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을 먹을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언뜻 간편해 보이지만 거대 식품기업들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음식보다는, 그들 자신에게 좋고 건강한 음식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헝그리 플래닛〉의 공동 저자인 피터 멘젤(사진)은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배불리 먹고, 누군가는 굶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헝그리’라는 단어는 여전히 모든 인류에게 유용한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치 먹거리를 식탁에 그득히 늘어놓고 찍은 사진들에 ‘헝그리 플래닛’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는 무분별한 과식이 영양 부족만큼이나 위험하고 몸을 해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다국적 대형 마트와 패스트푸드 가게들이 이를 부추긴다. “많은 사람들이 가공된 음식이 ‘진짜’ 음식이라는 거대한 식품기업들의 선전에 굴복하고 있어요. 거대 식품기업들은 자연산 유기농 음식을 팔 때보다 가공된 식품을 팔 때 더 많은 이윤을 올립니다.” 그의 이러한 시각은 그리 풍족하진 않지만 가정에서 직접 생산한 먹거리로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꾸리는 에콰도르의 가정을 공들여 묘사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피터 멘젤과 페이스 달뤼시오는 20년 이상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 문화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 각지의 가정이 소유한 물건을 모두 집 밖에 꺼내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그 의미를 고찰한 〈물질 세계: 세계 가족의 초상〉을 비롯해 〈물질 세계의 여성〉 〈벌레 먹는 인간〉 〈로보 사피엔스〉 등 주로 물질문화와 식문화를 비교했다.
〈헝그리 플래닛〉은 이들의 다른 프로젝트와 맞물려 2000년부터 차근차근 진행됐지만, 전 세계의 음식과 영양 상태를 상세히 조사한다는 책의 틀이 명확히 잡힌 때는 2003년이라고 한다. 그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쿠웨이트시티에서 어느 가족의 일주일치 먹거리와 가족사진을 찍고 있었고, 당시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뭔가 유용하고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됐다.
이들은 현재 세계의 영양 상태에 관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한국, 특히 북한에서도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인터뷰해 책에 실을 수 있길 바랍니다.”
김일주 기자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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