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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백낙청 교수 “이명박 정부, 진정한 선진화 어렵다”

등록 2008-02-19 21:33

백낙청 교수
백낙청 교수
‘창비’ 대담…북 존재 배제·신자유주의 비판의식 부족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 이론가들은 민주(개혁)대 반민주 구도로 요약되는 ‘87년 체제’를 뛰어넘을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선진화’를 내세웠다.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경제적 선진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것이 선진국 담론의 뼈대이다. 이명박 당선은 ‘87년 체제’가 막을 내리고 선진화 체제로 가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는 게 이들의 해석이었다.

이에 대해 <창작과 비평>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 교수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 잡지 봄호에 실린 대담 ‘87년체제의 극복과 변혁적 중도주의’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민주화, 경제자유화, 남북관계발전의 새로운 배합을 통한 진정한 선진화 체제의 출범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가 보기에,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민주화의 흐름을 강화하고 △경제적 자유화는 계속하더라도 신자유주의를 제어하고 △기득권 세력 위주의 통일프로젝트가 아닌 방식의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시각을 토대로 그는 새 정부에 기대를 걸 수 없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어떤 선진사회를 건설할 것인지 비전을 가지고 그 맥락에서 남한사회의 선진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심한 경우에는 북의 존재는 어떻게든 잊어버리고 남한만 선진화하면 된다는 착각과 망상에 사로 잡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음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부재를 들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방해하는 것이 사실은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온갖 몰상식한 구태”라면서 이명박 당선인 쪽이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의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그는 87년 체제의 극복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뭔가 시달려보고 정신을 가다듬어서 한반도 선진사회 건설에 대한 비전도 세우고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는 일에서도 좀더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을 때” 가능하리라고 봤다.

백 교수는 이어 이명박 정부가 5년 뒤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현실을 제대로 감당하기에 준비가 안된 정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5년 뒤 대선과 관련해, 개헌을 통한 이명박 정부의 재집권보다는 또 다시 준비가 되지 않은 정권이 들어서는 게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이 후보를 지지했듯이, 5년 뒤 새 정부에 대한 반발로 유사한 투표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경륜과 역량이 부족한 정부가 들어선다면 87년 체제가 점점 더 비참하게 연장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또 이명박 당선인이 남북관계에서 실용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국토난개발로 이어질 경제 만능의 협력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백 교수는 자신이 말하는 분단체제 극복은 현존 분단체제보다 더 나은 사회를 한반도에 건설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가 통큰 경제협력을 한다는 이유로 한반도 전체를 난개발의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것은 분단체제의 진정한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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