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넘어 21세기 좌표 탐색
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은 새물결 출판사가 새로 시작한 ‘홧스 업?’(what’s up?) 시리즈의 첫쨋권이다. ‘별일 없었지?’라는 뜻의 이 시리즈 이름은 미국 흑인 노예제도의 극악한 폭력성을 증언하는 말이라 한다. 그 비극적 인삿말이 고스란히 우리 시대의 아침 인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이 말을 시리즈 제목으로 삼은 이유다. 제국주의의 전쟁, 자본의 폭력적 지배가 21세기의 살풍경임을 상기시키는 제목이다.
이 시리즈의 편집진은 199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 학자들이다. 이들이 보기에, 지난 시기에 풍미한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탈근대주의 이론들은 이 시대의 절실한 문제들을 해명하고 거기에 대처하기에는 어딘가 빈 곳이 있는 부족한 이론이었다. 그런 문제의식 아래서 편집진은 이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좌표를 그려주는 저작들을 결합하고 배치해 사유의 성좌를 만들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편집 취지에 맞춰 바디우의 저서와 함께 나온 책이 슬라보예 지젝의 <전체주의가 어쨌다구?>(한보희 옮김)와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박진우 옮김)다. <전체주의가 어쨌다구?>는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비판하는 모든 움직임을 전체주의로 매도하는 흐름에 거역하는 책이다. 지젝은 오늘날 무분별하게 오용되고 있는 전체주의라는 딱지야말로 급진적 행동과 근본적 사유의 입을 특어막는 ‘구멍마개’이기 때문에 전체주의라는 관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호모 사케르>는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는 아감벤의 저작이다. 아감벤을 정치철학자로서 세계에 알린 이 저작은 근대 정치철학의 근본 패러다임의 해체를 겨냥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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