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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린이책에까지 파고든 자기계발서

등록 2008-02-29 19:46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

취임도 하기 전에 레임덕을 불러올 만큼 리더십 부재와 함께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준 새 정부가 드디어 출발했다. 정치적 불안에다 세계적인 금융불안, 고유가와 환율불안, 국보 1호인 숭례문을 태워먹고도 국민모금으로 3년 안에 후딱 복원하면 된다는 저급한 문화마인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인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 같은 박약한 민족의식, 사교육만을 키우려고 작정한 듯한 엘리트 교육정책, 특정한 인간관계와 지역만 중시하는 인사정책 등으로 지금 국민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 <시크릿>(론다 번 지음, 살림Biz)과 <배려>(한상복 지음, 위즈덤하우스)가 함께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보유액이 상위 1% 일색인 현실에서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을 담았다는 이 책의 인기가 식을 리 없다. 또한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다 보니 ‘나눔(배려)’이라는 사회적 담론을 담은 한국형 우화의 선두주자인 <배려>가 장기 스테디셀러로 굳어지고 있다.

이처럼 자기계발서가 득세하는 흐름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일과 개인생활 모두에서 영악할 정도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명한 삶’을 추구했던 개중(개인+대중)은 이제 자신들이 살아 남는 데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어떤 것’을 빠르게 선택한 다음 그것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때 ‘어떤 것’은 상식(교양), 삶의 방식, 자기성장 등의 주제일 것이다.

상식(교양)은 더는 인문사회적 지식이 아니다. 이제 최고의 교양은 돈과 성공을 위한 생활밀착형 정보일 뿐이다. 따라서 상위 1%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도 알고 있다는 허영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더욱 넘쳐날 것이다.

모두가 경쟁자로만 여겨지는 험난하고 불안한 세상을 헤쳐 나갈 힌트와 삶의 방식을 다룬 책은 <시크릿>이나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지음, 두란노)처럼 스피리추얼(영성)의 내용까지 담아 상종가를 쳤다. 앞으로 <1일 30분>(후루이치 유키오 지음, 이레)처럼 하루에 30분만 투자하라거나 <네 시간>(티모시 페리스 지음, 부·키)처럼 시간관리만 잘하면 하루에 4시간만 일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삶의 양식을 좀더 구체적으로 전형화해주는 책이 더욱 인기를 끌 것이다.

상식을 추구하고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은 경쟁 우위를 확보한 자의 ‘한가한’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현대인은 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고 느낄 정도로 위기감이 크다. 따라서 독자들은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실무능력을 한 순간에 높여줄 지식을 찾는다. 〈지식e〉(교육방송 지식채널e 지음, 북하우스) 같은 다이제스트 지식이 먹히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흐름이 아동 분야에까지 전방위적으로 먹혀 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서점의 서가에는 창작동화, 동시, 위인전기 등이 아니라 어린이 시이오, 어린이 처세, 어린이 재테크 같은 책의 특설코너가 판을 친다. 어린이책 베스트셀러는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 <어린이를 위한 끈기>,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등 어린이용 자기계발서 일색이다. 그런 흐름은 유아나 뱃속의 아이에게까지 확대될 태세다. 이런 편향성이 촉발하는 출판시장의 위기감은 불안한 정국만큼이나 증폭되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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