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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갈림길에 선 한국사연구 현주소

등록 2008-03-02 21:59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
‘한국사연구입문’ 21년 만에 개정판
민족주의 시각과 대비되는
탈민족·탈근대 연구도 담아
근대 이후 내용 대폭 보강

1960년대 이후 한국사 연구의 중심 이론은 ‘내재적 발전론’이었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기본 동력이 우리 사회 내부에 있었다는 관점으로 민족주의 시각에서 한국사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게 뼈대다. 하지만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탈민족과 탈근대, 탈냉전 관점의 연구 경향이 나타나면서 ‘내재적 발전론’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한국 사학계는 진통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했다. 민족주의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발전 계승할 것인지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 부문 최대학회인 한국사연구회가 21년 만에 내놓은 〈한국사연구입문〉 개정판은 이런 측면에서 사학계 연구관심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81년 초판, 87년 2판에 이어 이번에 3판이 나왔다. 한국사 전공 연구자 71명이 각각 한 편씩의 글을 새로 썼다. 연구입문서 성격이며, 사학계 연구흐름의 분포와 변화를 한눈에 알게 해주는 책으로 꼽힌다. 책 이름은 이번에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상·하, 지식산업사)로 달았다.

2판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식민지 근대성론’ 등 ‘내재적 발전론’에 도전장을 내민 1990년대 이후 탈민족·탈근대 연구동향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 식민통치가 근대 문명 이식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 식민지 근대성론은 탈민족적, 탈근대적 시각에서 식민지의 근대성을 탐구하고 있다. 국가나 계급 등 거대담론이 아니라 권력이나 문화·지식 등 미시적 영역에 관심을 보인다.

‘한국근대와 식민지 근대성론’이란 글에서 식민지 근대를 둘러싼 담론을 정리한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의 새 연구 경향을 20년 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식민지 시기는 일본 수탈에 따른 한국의 몰락, 한국의 저항에 대한 일본의 탄압 등을 서로 대립시켜 파악하는 것이 주류였으며 식민지의 근대성을 논하는 것은 이단이었다는 것이다.


식민지 근대의 문화현상을 ‘근대성의 매혹’과 ‘차별과 소외의 현실’이라는 ‘이율배반적 신파성’으로 파악한 장규식 중앙대 교수의 글 ‘근대문명의 확산과 대중문화의 출현’이나 조선 정부의 신문물 도입으로 국가의 통제력이 오히려 약해졌다는 관점을 보인 전우용 서울대병원 병원사연구실 교수의 글 ‘신문물의 도입과 사회변화’ 등이 식민지 근대성론을 조명한 글에 속한다.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세계화시대 한국의 민족문제와 민족주의’라는 글에서 탈민족·탈근대 시각이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문제, 변경사 문제, 식민과 근대의 문제에 대해 역사상을 풍부하게 드러낸 공헌이 있지만, “남·북·미 삼각관계의 정전적 분단체제의 요체를 드러내고, 이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에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왕조사로 시대를 구분하고 근대 이후의 내용을 대폭 보강한 것도 특징이다. 2판에서는 선사, 고대, 중세(고려), 근세(조선), 근대로 시대를 나누고 해방 이전까지의 역사만 다뤘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시·고대, 고려, 조선, 근대1, 근대2, 현대로 시대를 구분했다. 시대 구분의 분기 설정에 학계의 통일적 견해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근대를 근대1과 근대2, 현대로 나눠 모두 34편의 글을 실었다.

이 책 머리말을 쓴 노태돈 교수는 “이 책은 학계의 관점을 일방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현재 수준의 논의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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