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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영어광풍 사회에 몰입교육은 ‘오발탄’

등록 2008-03-11 19:48

한글문화연대 주최 내일 토론회 열려
이미 학교틀 넘어서…대입우대 폐지를
최근 한국 사회에 부는 영어 열풍으로 한국의 영어 환경이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에서 ‘ESL’(English as s Second Language)로 넘어가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은 ‘뒷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어를 쓰는 나라들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가 있고, 싱가포르나 인도처럼 영어를 제2언어로 쓰는 나라도 있다. 한국·일본처럼 영어를 여러 외국어 가운데 하나로 대접하는 경우도 있다. 싱가포르처럼 영어가 내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모델은 ESL에, 한국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는 EFL에 속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가 13일 저녁 7시 대학로 흥사단 3층 강당에서 한글문화연대 주최로 열리는 ‘시국토론-영어몰입정책, 국가 경쟁력 좀먹는다’에서 ‘다른 나라의 영어교육 사례가 주는 교훈’이라는 글을 발표한다.

그는 이 글에서 최근 들어 EFL 일부 국가들 가운데 영어 사용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 보기로 북유럽 국가와 한국·중국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다. 북유럽에서는 영어가 외국어의 위치에서 내부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영어가 필요한 일상 환경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내부의 자연스런 영어환경의 확장 때문이 아니라 특별한 사교육 환경이나 영어권 국가에서의 장기체류로 영어 노출 기회를 확대한 집단이 늘어나면서 이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인위적 언어 실험”이라고 했다. 그는 영어가 공용어 대접을 받는 ESL 국가로 넘어간다는 것은 모국어와의 관계 재정립이 요구됨을 뜻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상황에서는 “뒤늦게 뒷북을 치는 어떤 영어 공교육 정책도 사태를 진정시키고 물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미 학교 영어교육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ESL 국가들에서 도시와 농촌 등 거주지 차이에 따라 심각한 ‘영어 격차(잉글리시 디바이드)’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엔 영어 구사력의 차이가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고 있어 대다수는 영어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15일 영미문학연구회, 전국영어교사모임, 이화여대 BK사업단, 이화여대영미학연구소 주최로 이화여대 교육관에서 열리는 ‘영어공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학술대회 참가자들도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어교육 목표의 합리적 설정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고교를 졸업하면 자유롭게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인수위의 목표는 현재의 공교육 영어시간을 2배로 늘린다고 해도 달성할 수 없으며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어에 대한 불필요한 가수요와 가중치 부여를 제도적으로 없애야 하며, 영어가 필요없는 분야에서 영어시험을 부과하지 않는 일관되고 확고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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