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이 본 조선’ 책3권
임진왜란·청일전쟁 당시 조선 상황 묘사
“일생에 단 두번 씻어” 비하 내용도 담아
“일생에 단 두번 씻어” 비하 내용도 담아
근대 이전 서양인들은 조선과 조선인들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과 명지대-LG연암문고(이사장 유영구)가 내놓은 <임진난의 기록> <백두산으로 가는 길> <조선의 소녀 옥분이> 등 3권의 책들(살림 펴냄)은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서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온 ‘그들이 본 우리(Korea Heritage Books)’총서 발간작업의 첫 성과물이다.
포르투갈 출신 예수회 선교사로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와 있던 루이스 프로이스(1532~1597)의 <임진난의 기록>은 일본 전국시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임진년 침략전쟁 과정을 직접 관찰한 저자의 방대한 필사본 <일본사> 중에서 임진왜란에 대해서 쓴 마지막 10개의 장을 번역한 것이다. 일본의 전쟁 준비, 부산에 도착해서 서울을 함락하고 평양성을 공격하는 상황, 명군의 개입과 강화협상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주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변역자인 정성화 명지대 교수는 “프로이스가 직접 조선에 건너왔던 것은 아니고 세스페데스 신부 등 당시 종군했던 선교사와 일본 쪽 자료들을 토대로 쓴 것”이라며 “왜곡이 심하지만 조선사람들이 활을 굉장히 잘 쏜 것으로 묘사하는 등 흥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인터뷰하고 통역도 했던 저자가 히데요시를 매우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야마오카 소하치의 소설) <대망>에서 묘사된 내용과 일치한다”며, 그가 국내 정적들을 제거하기 위해 조선침략을 감행한 것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조행복 옮김)은 ‘영국군 장교의 백두산 등정기’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청일전쟁 때 중국주재 영국공사관 육군부관을 지낸 저자 알프레드 캐번디시(1859~1943)는 1897년에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돌을 축하하기 위한 조선특별사절단의 일원으로 제물포로 들어와 육로로 원산을 거쳐 백두산에 올랐다. 책은 “들리는 말로는 조선인은 일생 동안 단 두 번 씻는다” 등의 조선비하 내용도 담고 있지만 당시 낙후한 조선의 현실을 보이는대로 충실히 그렸고 정치·외교 상황도 언급하고 있다.
1903년 감리교 선교사로 와서 서울과 경기도에서 전도활동을 하다 1912년 미국에 돌아간 미네르바 구타펠의 조선 체험기 <조선의 소녀 옥분이: 선교사 구타펠이 만난 아름다운 영혼들>(이형식 옮김)은 새로운 문명과 전통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던 당시 조선인들의 삶을 어린이와 왕자 등 여러 주인공들 생활을 통해 엿보게 한다. 유교, 가부장제, 미신, 귀신 등에 사로잡힌 다양한 인물들을 내려다보는 우월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그들이 본 우리> 시리즈 목록은 2005년 명지대-LG연암문고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고서, 문서, 사진 등 1만여 점의 한국관련 자료들 가운데 유일 희귀본들을 포함한 91종을 가려내고, 이 가운데 2006년에 단행본 9종 등 5개 언어권 13종의 도서, 그리고 2007년에는 3개 언어권 10종의 도서를 각각 선정해 번역지원한 끝에 1차로 완성된 것들이다.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우리를 외국에 알림과 동시에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아왔고 보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 한국문학번역원이 제안한 이 사업은 앞으로 5년 동안 선정된 자료들을 모두 번역해내게 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임진왜란은 당시 일본 또는 조선에서 이를 목격한 극소수 서양인들에 의해 유럽에도 알려졌다. 그림 왼쪽은 1592(선조 25년) 4월13~14일 이틀 동안 부산진에서 벌어진 왜군과의 전투장면을 그린 부산진 순절도. 오른쪽은 같은 달 15일 동래성에서 왜군에 맞서다 순절한 부사 송상현과 군민들의 항전 내용을 그린 동래부 순절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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