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원
월북작가 구보 박태원 ‘삼국지’ 출간맞아 아들 재영씨 출판회
월북 작가 구보 박태원(1910~1986)이 북쪽에서 번역해 낸 <삼국지>가 출간되었다(전 10권, 깊은샘 펴냄). 29일 저녁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구보의 차남이자 국내 저작권자이기도 한 박재영(66·사진)씨는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예전 신문을 찾아보니 1938년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나왔을 때 아버님의 경기고보 동창들이 출판기념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이번 행사는 그로부터 꼭 70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가 됩니다.”
연좌제에 시달리다 못한 형님 일영(69)씨가 68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재영씨는 국내에 남은 박태원의 유일한 아들로서 아버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널리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 기울여 왔다. “아버님과 작은아버님(화가 박문원), 고모님, 큰누님이 줄줄이 월북했다는 사실을 친구한테도 얘기하지 못했어요. 88년 월북 문인 해금 조처가 시행되면서 조금 숨통이 트였습니다.”
<천변풍경> 앞부분에 실린, 청계천변 ‘다동 7번지’ 박태원 생가 지도는 재영씨가 직접 정부기록보존소(현 국가기록원)에 가서 복사해 온 것이다. 그는 부친의 모교인 경기고보와 일본 호세이대 등의 학적부를 떼고 일제 때의 호적도 입수했다. 2005년 6월 구보학회 창립의 산파 노릇을 하기도 했다. 2006년 7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에서 북에 사는 큰누님 설영씨를 만나고 와서는 블로그를 열어 ‘박태원 문학관’(blog.daum.net/danielpak20)을 만들었다.
내후년 박태원 탄생 100돌(1910년 1월 17일 출생)을 앞두고 그의 마음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아버님은 남과 북에서 두루 인정받은 드문 작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탄생 100년 기념사업은 남과 북이 연합해서 펼쳤으면 좋겠어요. 제 조카이자 아버님의 외손주인 봉준호 감독에게는 ‘외할아버지의 삶과 문학을 영화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두었습니다. 다동 7번지에는 표지판 하나쯤 세웠으면 좋겠어요. 작은 규모로나마 청계천변에 박태원 문학 테마 공원을 만들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습니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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