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두 살 소령〉
〈열두 살 소령〉
아마두 쿠루마 지음·유정애 옮김/미래인·9000원 ‘알라가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열두 살 소년 비라이마는 이렇게 제목을 내걸고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코트디부아르에 살고 있는 나는 말링케족 출신의 ‘프티 니그로’다. 단지 어리고 까맣다는 뜻이 아니라, 마치 어린 흑인처럼, 서툴게 프랑어를 말하는 모든 사람을 모두들 그렇게 부른다. ‘학교를 다니는 건 늙은 할망구의 방귀만도 못하다’는 얘기를 듣고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다 그만뒀다. 그런 내가 ‘똥 같은 내 인생, 빌어먹을 내 인생’을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프랑스어로 말할 수 있는 건, 물려받은 네 권의 사전 덕분이다. 사실 나는 버르장머리 없고 건방지다. ‘젠장!, 제기랄!’ 욕도 잘한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전혀 아니다.” 비라이마는 엄마가 죽자 부족의 전통에 따라 ‘제2의 엄마’가 된 마한 이모를 따라 라이베리아로 가기로 한다. 그런데 이혼한, 첫번째 남편의 난동을 피해 이모가 혼자서 달아나 버리자 주술사인 야쿠바의 유혹에 넘어가 ‘소년병’이 되기로 한다. ‘매일 하얀 쌀밥에 붉은 야자 기름 소스가 뿌려진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이모네에 가고 싶어 소년병이 된 그의 앞길엔 참혹한 서아프리카의 내전 현장이 펼쳐진다. 소년병들은 그들에게 내몰려 총알받이 신세로 죽어가고, 굶주림에 지쳐 약탈을 하고, 마약에 취해 서로 총질을 하고, 다친 동료를 버리고 가면서도 죄책감마저 느끼지 못한다. 거의 사실에 가까운 이 작품은 2000년 출간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 충격과 화제를 던져주며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르노도 상’을 비롯해 갖가지 문학상을 휩쓸었다. 프랑스에서만 36만 부 이상 팔렸고, 영국·미국·브라질·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 나라에 소개됐다. 1927년 프랑스 치하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지은이 아마두 쿠루마는 60년 독립한 조국에 돌아가지만 반정부 인사로 몰려 옥고를 치른 뒤 망명해 25년 남짓 떠돌다가 프랑스에 정착해 5권의 소설로 ‘거장’의 이름을 얻었다. “아프리카의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는 소설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권력의 남용에 대항해 캠페인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것은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필요성을 지닙니다.” 2003년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말이다. 청소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아마두 쿠루마 지음·유정애 옮김/미래인·9000원 ‘알라가 언제나 공정한 것은 아니다.’ 열두 살 소년 비라이마는 이렇게 제목을 내걸고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코트디부아르에 살고 있는 나는 말링케족 출신의 ‘프티 니그로’다. 단지 어리고 까맣다는 뜻이 아니라, 마치 어린 흑인처럼, 서툴게 프랑어를 말하는 모든 사람을 모두들 그렇게 부른다. ‘학교를 다니는 건 늙은 할망구의 방귀만도 못하다’는 얘기를 듣고 초등학교 3학년을 다니다 그만뒀다. 그런 내가 ‘똥 같은 내 인생, 빌어먹을 내 인생’을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프랑스어로 말할 수 있는 건, 물려받은 네 권의 사전 덕분이다. 사실 나는 버르장머리 없고 건방지다. ‘젠장!, 제기랄!’ 욕도 잘한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전혀 아니다.” 비라이마는 엄마가 죽자 부족의 전통에 따라 ‘제2의 엄마’가 된 마한 이모를 따라 라이베리아로 가기로 한다. 그런데 이혼한, 첫번째 남편의 난동을 피해 이모가 혼자서 달아나 버리자 주술사인 야쿠바의 유혹에 넘어가 ‘소년병’이 되기로 한다. ‘매일 하얀 쌀밥에 붉은 야자 기름 소스가 뿌려진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이모네에 가고 싶어 소년병이 된 그의 앞길엔 참혹한 서아프리카의 내전 현장이 펼쳐진다. 소년병들은 그들에게 내몰려 총알받이 신세로 죽어가고, 굶주림에 지쳐 약탈을 하고, 마약에 취해 서로 총질을 하고, 다친 동료를 버리고 가면서도 죄책감마저 느끼지 못한다. 거의 사실에 가까운 이 작품은 2000년 출간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 충격과 화제를 던져주며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르노도 상’을 비롯해 갖가지 문학상을 휩쓸었다. 프랑스에서만 36만 부 이상 팔렸고, 영국·미국·브라질·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 나라에 소개됐다. 1927년 프랑스 치하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지은이 아마두 쿠루마는 60년 독립한 조국에 돌아가지만 반정부 인사로 몰려 옥고를 치른 뒤 망명해 25년 남짓 떠돌다가 프랑스에 정착해 5권의 소설로 ‘거장’의 이름을 얻었다. “아프리카의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는 소설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권력의 남용에 대항해 캠페인을 펼치고 싶습니다. 그것은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필요성을 지닙니다.” 2003년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말이다. 청소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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