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인간의 죄악과 욕망 씨앗삼은 ‘땅의 복수’

등록 2008-05-30 19:57

〈카인의 정원〉
〈카인의 정원〉
〈카인의 정원〉
정철훈 지음/민음사·1만원

<국민일보> 문학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시와 소설을 겸업하고 있는 정철훈씨가 새 장편소설 <카인의 정원>을 내놓았다.

소설은 휴전선 인근 와이(Y)읍에 형성된 창녀촌의 이야기를 그곳의 유일한 개업의이자 공의인 요아킴의 시점으로 들려준다. 미군과 타이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그들의 정액받이로서 숱한 여성들이 또한 진 치고 있는 와이읍은 욕망과 폭력과 죄악의 땅으로 그려진다. 소설의 제목은 일차적으로는 중절수술과 시체 검시를 주로 하는 요아킴의 병원에 딸린 정원을 가리키지만, 더 크게는 참혹한 전쟁을 겪은 와이읍 또는 한반도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뜰은 예전의 정원이 아니었다. 땅에 떨어진 꽃송이가 그의 장화에 짓밟혀 붉은 즙을 토해 냈다. 수술실에서 도랑으로 흘러간 핏물이 다시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썩은 과일처럼 부패한 시체를 해부해야 하는 공의라는 직업에 혐오감이 느껴졌다.” 소설은 늙은 창녀 미옥의 살인 사건으로 문을 연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서술 속에, 아직 젊었던 시절 클럽의 새끼 마담이었던 미옥이 데려온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의 지난 이야기가 회고되는가 하면, 미옥을 잔인하게 살해한 미군 병사가 누군가에게 다시 살해당하는 현재의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욕망과 죄악의 파노라마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 죄악의 땅에 원인 모를 역병이 창궐하여 주둔군과 주민들이 모두 소개되는 장면으로 처리된다.

“땅이 복수를 하는 겁니다. 전쟁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민들레 벌판이 복수를 하는 것이죠.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민간인이든 유엔군이든. 죽어 간 사체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민들레 들판이 그 비애를 토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역병의 창궐을 전쟁 당시의 숱한 인명 살상에 대한 ‘땅의 복수’로 해석하는 요아킴의 말은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최재봉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