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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경계를 넘게 하는 건 바로 ‘욕망’

등록 2008-06-20 19:29

〈체로키 부족〉
〈체로키 부족〉
〈체로키 부족〉
허혜란 지음/실천문학사·9800원

작가들의 해외 여행이나 체류 기회가 늘면서 외국을 무대로 한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허혜란(38)씨의 작업은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된다. 그의 첫 소설집 <체로키 부족>에는 아홉 단편이 묶였는데,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네 편이나 된다.

등단작인 <내 아버지는 서울에 계십니다>부터가 서울로 돈 벌러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는 고려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아냐>에서는 고려인 처녀 아냐가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크의 말(言)의 위력 때문에 제 나이의 두 배나 되는 우즈베크 사내의 네 번째 아내로 시집을 가며, <소녀, 수 콕으로 가다>의 주인공 소녀 역시 나이 많은 남자와의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두고 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자 모순과 갈등의 원천이기도 하다. <달콤한 유혹>은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그런 착종된 관계를 양국 출신 커플을 통해 그려 보인다. 13년 전 한국에서 온 남자가 건네준 초콜릿의 달콤함에 매혹된 고려인 처녀는 결국 그의 딸을 낳게 된다. 그 딸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 소설에서 초콜릿을 매개로 맺어진 남자와 여자는 상반되는 욕망을 서로에게 투사한다. 한국 남자에게는 ‘여기’ 중앙아시아가, 고려인 여자에게는 ‘거기’ 서울이 유토피아로 여겨진다.

표제작인 <체로키 부족>은 “야생오디를 한 움큼 따서 입에 넣고 시커먼 단물이 입가에 흐르도록 먹던 시간”을 뒤로한 채 도시의 삶에 정착한 젊은 부부의 삶을 그린다. 한때 야생과 오지를 경험했던 이들에게 일상은 안온함을 넘어서 지리멸렬하기까지 하지만, 당면한 가정과 일상이야말로 그들이 헤쳐 나가야 할 ‘오지’라는 결말부의 인식은 힘들게 얻어진 만큼 소중한 것이다. 소설집의 나머지 작품들은 바로 그런 일상과의 고투를 다룬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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