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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내 아이가 ‘마음 상처’로 울고있다

등록 2008-06-27 20:11

내 아이가 ‘마음 상처’로 울고있다
내 아이가 ‘마음 상처’로 울고있다
‘사랑부족’에 성장거부·특이행동 등
마음 여는 놀이치료 국내사례 분석
〈어린이 마음 치료-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 치료 심리학〉
정혜자 지음/교양인·2만원


〈어린이 마음 치료-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 치료 심리학〉
〈어린이 마음 치료-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 치료 심리학〉
“선생님,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요?”, “제 이름은 왜 00일까요?”, “제 마음은 도대체 어떤 걸까요?”, “죽으면 정말 천국에 갈 수 있나요?”

열 살도 먹지 않은 어린아이한테서 이런 실존적 질문을 받는다면 흔쾌히 답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 아니,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갖고 있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30년 넘도록 상담 현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온 심리 전문가인 지은이조차도 “그 의문들의 해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기에 어린이들에게 늘 미안하다”고 고백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린이의 아픈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내 어렸을 적 외로움에 대한 다독임이다. 나의 유년은 전쟁과 함께 흘러갔다. 그 시절 나는 대문에 걸터앉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고, 일터에 빼앗긴 어머니를 대신하여 동생을 돌보며 집을 지켰다. … 저마다 생존의 몸부림이 너무 처절한 시절이어서 그때 내가 겪은 외로움, 그리고 그 곁에 들러붙은 두려움과 배고픔과 기다림에 대해 어느 누구도 마음을 공유해줄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국내 놀이 치료의 개척자로 불리는 지은이가 평생토록 이 분야에 몰두하게 된 ‘동기’를 보면, 100점짜리 답을 찾아 주지는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도울 수는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놀이 치료’는 생경한 분야다. 외국 이론 번역서가 대부분인 아동 심리학 분야에서 철저하게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치료 사례를 모아 분석했다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동생에게 빼앗긴 부모의 사랑을 되찾으려고 성장을 거부한 중3 미소년 준영이, 이혼한 엄마와 아빠가 언젠가는 이별 없는 땅에서 함께하기를 바라며 ‘뉴질랜드’에 집을 그리는 수빈이, 엄마의 자궁 속에서부터 모자랐던 사랑을 보상받고 싶어 특이 행동을 하는 이란성 쌍둥이 자매, 지나치게 엄격한 훈육에 억눌린 나머지 남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다희, 알코올 중독 할아버지와 살면서 자폐아로 오인받은 동현이, 엄마 사랑에 굶주려 무기력하고 게으른 어린이로 자란 선우, 장애가 있는 오빠 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정아 …. 1년에서 1년 반 정도 치료를 무사히 마친 아이들은 마침내 그림에 태극기를 꽂거나 만세를 부르고, 그만 오겠다고 스스로 말한다. 7장에 실린 60여 개의 치유 사례는 저마다 한편의 단편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감동적이다.



(왼쪽부터)한 중학생이 자기 인식 과정을 담은 그림들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초기 번개가 블랙홀을 뚫는 그림(왼쪽),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가운데), 마지막 겉모양을 갖춘 하나의 개체 모양(오른쪽)을 그렸다. 지은이는 부모로부터 자신이 새 생명을 부여받은 뒤 점차 실존까지 확인해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한 중학생이 자기 인식 과정을 담은 그림들이다. 치료를 받으면서, 초기 번개가 블랙홀을 뚫는 그림(왼쪽),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가운데), 마지막 겉모양을 갖춘 하나의 개체 모양(오른쪽)을 그렸다. 지은이는 부모로부터 자신이 새 생명을 부여받은 뒤 점차 실존까지 확인해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놀이 치료는 단순히 함께 놀아주는 것과는 다르다. 정신 치료를 받는 어른들이 감정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말로 표현하며 마음의 상처를 찾아내 치유해 간다면, 놀이 치료는 자기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표현이 미숙한 아이들이 스스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모래 놀이, 블록 쌓기, 인형 놀이, 찰흙 빚기, 그림 그리기 등 어린이에게 친숙한 ‘놀이’를 통해 마음속의 갈등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자연스럽게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음악, 미술, 동작 등 한 가지 도구를 이용하는 치료가 단일 영양제라면 놀이 치료는 다양한 활동을 필요한 상황마다 적절히 선택해 치료하는 종합 영양제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마음을 열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는 지은이는 치료자(상담가)들이 놀이 치료의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세심하게 짚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국 초·중·고교 1학년생 10만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검진하고, 6만5천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진단과 치료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린이들의 마음 치료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울증, 자폐아, 발달장애 같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도가 심해져 그 치유에 드는 시간도 한층 더 걸리고 있다”는 지은이의 우려가 절실하게 들리는 이유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린이를 심리학의 틀에 가둬 두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큰 부끄러움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그가 불교 상담 연구를 바탕으로 덧붙인 ‘동양정신에서 배우는 치료자의 덕목’도 귀기울일 만하다. “사심 없이 비운 마음으로 어린이의 마음과 만날 때라야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전문적 역량이 솟아난다.”(맑은 눈의 사람들 cafe.daum.net/cleareyes)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그림 교양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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